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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밥이 도심 적응위해 선택한 색깔은?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23 05:00

수정 2023.10.23 05:00

일본 연구진, 괭이밥이 환경극복 위한 진화 밝혀내
빨간색이 빛 차단하고 열과 빛으로 인한 손상 완화
괭이밥이 도심의 고온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잎이 빨간색으로 진화했다. 국립수목원 제공
괭이밥이 도심의 고온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잎이 빨간색으로 진화했다. 국립수목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식물들이 도시화로 인한 스트레스를 적응하면서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일본 연구진이 밝혀냈다. 특히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괭이밥은 도심에서 빨간색 잎을, 녹지지역에서는 녹색 잎을 띄고 있다.

도시열섬에 녹색서 빨간색으로 진화

23일 일본 지바대학에 따르면 지바대학 원예대학원 후카노 유야 교수팀은 괭이밥 잎 색깔이 도시열섬으로 인해 녹색에서 빨간색으로 진화했다는 것을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괭이밥 전체 게놈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붉은 잎 변종이 조상격인 녹색 잎 괭이밥에서 여러번 진화했다.
후카노 박사는 "도시 열섬은 지구 온난화의 전조"라며 "도시 생물의 급속한 고온 적응 진화를 이해하면 생태계 역학과 지속 가능한 작물 생산에 대한 유용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다양한 연구에서 동물 진화에 대한 도시열섬으로 인 한 스트레스의 역할을 조사했지만, 식물 진화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조사되지 않은 상태다.

인간 활동은 지구상 토지의 상당부분을 변화시켜 인공적인 도시환경을 만들었다. 도시환경의 주요 특징은 벽돌, 돌, 아스팔트 및 콘크리트를 사용해 만들었다. 물이 스며들지 않고 열을 유지하는 도시환경 속 지표면은 도시열섬, 즉 표면 온도가 상승한 지역을 형성한다. 지표면에서 내뿜는 열 스트레스로 인해 그 위에 살고 있는 생물들의 행동과 생리학 및 진화궤적에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

후카노 유야 박사는 도쿄대 야모리 와타루 박사, 도쿄도립대 타치키 유우야 박사, 카즈사 DNA 연구소 시라사와 겐타 박사와 함께 이 진화론을 조사하기 위해 지역, 풍경 및 전세계 규모에서 도심과 비도심에 걸쳐 괭이밥의 잎 색상 분포를 현장 관찰했다.

환경 스트레스로부터 보호, 진화

괭이밥은 녹색에서 빨간색까지 다양한 잎 색깔을 나타내며 전 세계의 도심와 비도심에서 서식한다. 연구진은 도시열섬이 괭이밥 잎 색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색상 변화는 식물을 환경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진화적 적응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잎에 있는 붉은 색소인 '안토시아닌'은 빛을 차단하고 항산화 물질을 형성해 열과 빛으로 인한 손상을 완화시킨다.

후카노 박사는 "괭이밥의 붉은 잎 변종은 일반적으로 도시 지역의 물이 스며들지 않는 지표면 근처에서 자라지만 도시 안팎의 농지나 녹지 공간에서는 거의 자라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녹색 잎이 달린 괭이밥이 녹지 공간에 퍼져 있는 반면, 붉은 잎 변종은 도쿄의 도시 지역에 분포하는 패턴을 식별했다.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를 추가로 조사한 결과, 연구진은 이러한 지리적 발견이 전 세계적으로 일관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통해 도시화와 덩굴식물의 잎 색깔 변화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했다.

실험 결과, 붉은 잎 변종 괭이밥은 고온에서 우수한 성장률과 광합성 효율을 보이는 반면, 녹색 잎 변종은 낮은 온도에서 잘 자랐다.
즉 붉은 잎 변종은 높은 스트레스 내성으로 인해 식물 밀도가 낮은 도시 지역에서 많이 자란다. 녹지에서 더 높은 성장하는 녹색 잎 변종은 그 반대다.
후카노 박사는 "괭이밥의 이같은 진화는 가까운 미래에 크게 변하지 않겠지만, 이 연구는 도시 지역에서 관찰할 수 있는 진행 중인 진화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중 하나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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