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제약

"실리콘밸리는 아이디어를 세상 밖으로 트렌스레이션하게 만들게 하는 곳" [실리콘밸리 사람들]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22 18:32

수정 2023.10.22 22:00

유전자 치료제 연구 개발 ‘진에딧’ 이근우 CEO
"전세계 유전자 치료제, 진에딧 플랫폼 통해 만드는 게 목표"
자체 플랫폼 ‘나노 갤럭시’ 보유
기술력 알아보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실리콘밸리 대표 VC 세콰이아캐피털이 시드투자
일라이 릴리 등 글로벌사와도 협력... 신경계 질환 자체 치료제도 개발 중

진에딧 이근우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사우스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진에딧 본사 연구실을 뒤로 하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홍창기 특파원
진에딧 이근우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사우스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진에딧 본사 연구실을 뒤로 하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홍창기 특파원


【파이낸셜뉴스 샌프란시스코=홍창기 특파원】 "아이디어를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실생활에 필요한 것, 제품을 세상에 실제로 나오도록 만들게 하는 곳이다."

실리콘밸리의 바이오 기업 진에딧(GenEdit)을 창업하고 진에딧을 이끌고 있는 이근우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생각하는 실리콘밸리(베이에어리어)의 특징이다. 실리콘밸리의 이런 매력 때문에 더 많은 재능있는 사람들이 실리콘밸리 지역으로 모인다는 것이 이 CEO의 생각이다.

그는 명문 UC버클리를 비롯해 샌프란시스코캘리포니아대(UCSF), 스탠포드대 등 실리콘밸리 지역의 대학들이 연구와 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은 물론, 실리콘밸리만의 혁신을 끊임없이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 예로 허버트 보이어 UCSF 교수가 창업한 세계적 바이오텍 기업 제넨텍(Genentech)을 들었다.

■노벨상 수상자와 3년 연구한 이 CEO

진에딧은 '바이오테크놀로지의탄생지'(Birth Place of Biotechnology) 사우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해 있다.

1990년대부터 다수의 바이오 기업들이 사우스 샌프란시스코에 터를 잡고 본격적인 '바이오텍'(생명공학기술)시대의 문을 열었다. 지난 2016년 창업한 진에딧도 그 바이오텍의 일원으로 성장했다. 기업가치가 3000억원대로 추정되는 진에딧은 나스닥 상장이 거론되는 바이오텍 기업 중 하나다.

지금은 어엿한 실리콘밸리 바이오텍의 일원이 된 진에딧은 어떻게 설립됐을까. UC버클리와 UCSF의 공동프로그램인 바이오엔지어링 박사학위 소지자인 이 CEO는 박효민 수석부사장과 성공확률이 낮은 바이오 스타트업을 창업한 이유는 간단했다.

이 CEO는 "내가 개발하고 연구하는 것이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결과를 내고 싶었다"라고 창업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UC버클리 박사 과정 당시의 유전자 연구가 훗날 인류의 삶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CEO는 UC버클리 박사 과정 시절이었던 지난 2013년부터 3년간 UC버클리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와 공동연구를 수행했다. 다우드나 교수는 지난 2020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다우드나 교수는 박테리아가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후천적 면역체계인 크리스퍼(CRISPR)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크리스퍼 시스템은 유전자 편집 기술(크리스퍼 가위)로 발전해 암과 유전병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진에딧은 이 크리스퍼 가위를 체내에 원하는 곳으로 정확하게 실어 나르는 기술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그런 점을 실리콘밸리의 대표 벤처캐피털(VC) 세쿼이아캐피털 스카우트팀이 놓치지 않았다. 기회를 잡은 이 CEO는 세쿼이아캐피털에 프레젠테이션(PT)을 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세쿼이아캐피털은 진에딧에 시드투자를 결정했다.

이 CEO는 "PT 당시 커다란 어려움은 없었다. 기술적으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기술과 미래와 비전을 세쿼이아캐피털에 전달했다"고 PT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세쿼이아캐피털은 지속적으로 진에딧에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진에딧 이근우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사우스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진에딧 본사에서 활짝 웃고 있다. /사진=홍창기 특파원
진에딧 이근우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사우스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진에딧 본사에서 활짝 웃고 있다. /사진=홍창기 특파원


■"세상에 도움되기 위해 창업했다"

진에딧의 비전은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플랫폼을 전세계의 바이오 기업에 제공하는 것이다. 진에딧은 유전자 치료제를 특정 조직에 전달할 수 있는 플랫폼 '나노갤럭시'를 보유하고 있다. 이 CEO는 앞으로 수없이 생산될 전 세계의 유전자 치료제들이 진에딧의 기술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세상을 꿈꾼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CEO는 "코로나19 팬데믹 때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을 접종했다"며 "이미 다양한 유전자 치료 세상이 왔다"고 진단했다. mRNA는 생명체 내 모든 세포의 구성 요소로, 특정 단백질을 만들기 위한 지시(유전정보)를 담은 mRNA가 세포 내로 들어가면 원하는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는 "진에딧의 기술로 유전자를 치료하는 세상도 곧 올 것"이라면서 "감염병 뿐 아니라 암, 자가면역을 치료하는 백신도 나온다"고 자신했다. 이어 "부모에게 받은 유전자의 종속적, 유전병을 가질 수 밖에 없는데 진에딧이 이것을 바꿀 것"이라며 "이를 통해 많은 환자들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싶다"고 덧붙였다.

진에딧은 현재 일라이 릴리 등 세계적 바이오기업 등과도 협력하며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 CEO는 "진에딧 만의 자체적인 치료제도 개발중"이라면서 "신경계 치료를 위한 치료제"라고 귀띔했다.

■"창업 전에 '그릿' 확인하고 인생을 바쳐야 성공" 조언

이 CEO는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스타트업은 많은 도전과 고난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면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비전에 정말로 확신이 있는지 창업 전에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사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성공까지 이어지지 못한다. 특히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의 경우 도전하기 어려운 혁신을 추구하기 때문에 더더욱 성공 확률은 낮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비전과 기술, 여기에 진정으로 원하고 만들고 싶은 미래를 위해 인생을 모두 투자할 만큼의 '그릿'(grit·목표를 향한 열정과 인내)이 있다면 성공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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