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보궐선거 '대패'...기시다 국정운영 '빨간불' [김경민의 도쿄 혼네]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23 09:40

수정 2023.10.23 09:40

보궐선거 패배로 국회 의석 1개 줄어
기시다 중의원 해산 명분도 잃은 선거
지지율은 정권 출범 이래 최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 국회의원 2명을 선출하기 위해 진행된 보궐선거에서 여야가 당선자를 각각 1명씩 배출한 가운데 일본 언론은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국정운영에 경고등이 켜졌다고 23일 지적했다.

선거 대패, 국회 해산 명분도 잃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집권 여당인 자민당이 이번 보선에서 1승 1패로 '대패'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여름부터 일본 정계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중의원 해산을 단행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됐다. 통상 조기 해산론이 부상해 온 배경에는 2021년 중의원 선거나 2022년 참의원 선거에서 연승을 거둔 총리가 해산 권한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보선 패배로 기시다는 해산 권한을 행사할 명분을 잃었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닛케이는 "당 내 제4파벌을 이끄는 기시다 총리는 중의원 해산(총리 권한)이 가능한 환경을 유지하면서 그 구심력으로 당을 장악해왔다"며 "그러나 이번 보선에서 드러난 험난한 사정은 이런 구도를 뒤집을 위험이 있다.
기시다 총리는 정권 운영의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참의원(상원) 도쿠시마·고치 선거구에서는 야권이 지지한 참의원 의원 출신 무소속 히로타 하지메 후보가 집권 자민당 니시우치 겐 후보를 제치고 승리했다.

중의원(하원) 나가사키 4구에서는 자민당 정치 신인인 가네코 요조 후보가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스에쓰구 세이이치 후보를 누르고 처음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됐다.

특히 나가사키 4구는 자민당이 과거 중의원 선거에서 4연승한 선거구인데도 예상 외의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 자민당 의원의 지역구였던 도쿠시마·고치 선거구는 약 9만표의 큰 차이가 났다. 이런 결과는 기시다 책임론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본 국회에서 발언하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일본 국회에서 발언하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카드 다 쓴 기시다, 지지율 '깜깜'

여야 후보의 1대 1 구도가 형성된 이번 선거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지난달 중순 대규모 개각을 단행한 이후 처음으로 실시된 국회의원 선거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아울러 국정 운영과 중의원 조기 해산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시다 정권의 중간평가나 다름 없었다.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이달 들어 주요 언론 여론조사에서 정권 출범 이후 잇따라 최저치를 기록했다. 교도통신의 10월 조사에서 기시다 지지율은 전달보다 7.5%포인트 줄어든 32.3%까지 추락했다.

이번 보선에서도 자민당 지지자들이 대거 무당파로 이탈했다. 자민당 후보가 얻은 무당파층의 지지는 나가사키 4구에서 36%, 도쿠시마·고치에서는 17%에 그쳤다.

기시다 총리는 이미 정권 부양책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더 이상 쓸 카드도 녹록지 않다.

교도통신은 "(이번 보선은) 임시국회에서 여야 논쟁을 앞둔 기시다 총리에게 타격이 됐다"며 "기시다 총리는 선거 직전에 세수 증가분을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해 소득세 감세 검토를 지시했지만, 의석수 사수로 이어지지 않았다. 내각 지지율이 저조한 상황에서 연내 중의원 해산은 더욱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이날부터 본격화되는 국회 심의에서 소득세 감세 정책이 비판을 받으면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추가적인 하락이 예상된다.

일본에는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 문화가 있습니다.
혼네는 진짜 속마음이고, 다테마에는 밖으로 보여주는 겉마음입니다. 개인보다는 조직·사회적 관계를 중시하는 일본인들은 좀처럼 혼네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보는 일본은 다테마에의 파편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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