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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친시장·긴축 정책으로 13년 만에 부활한 그리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24 18:24

수정 2023.10.24 18:24

‘유럽의 병자’에서 투자적격 국가로
포퓰리즘 기승 부리는 한국에 교훈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 등급으로 상향했다. /사진=S&P글로벌레이팅스 홈페이지, 뉴시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 등급으로 상향했다. /사진=S&P글로벌레이팅스 홈페이지, 뉴시스
'유럽의 병자'로 불렸던 그리스가 13년 만에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 투자적격 등급을 받았다. 미국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지난 21일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종전 'BB+'(투기 등급)에서 'BBB-'(투자적격 등급)로 상향 조정하고 향후 전망도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앞서 일본과 독일, 캐나다 신용평가사 등이 그리스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에서 해제한 바 있지만 세계 3대 신용평가사(무디스·S&P·피치) 중 한 곳이 투자적격 등급을 부여한 것은 처음이다. 남은 두 곳까지 그리스에 투자적격 평가를 내리면 그리스 국채는 공식적으로 투자적격 채권 지수에 편입된다.
국가부도 위기 벼랑끝에서 간신히 살아난 그리스가 힘찬 부활의 날갯짓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리스 국가재정이 파탄 지경까지 간 원인은 뿌리 깊은 포퓰리즘 병에 있었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퍼주기, 도덕적 해이가 만연했다. 공무원 철밥통 일자리를 마구 늘렸고 최저임금, 연금지급액을 끌어올렸다. 기득권 세력의 로비와 압력에 따라 국가재정이 좌지우지됐다. 정치권과 결탁한 공무원들의 부패도 극심했다.

흥청망청대던 재정은 결국 파탄 났다. 그리스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가부도에 몰렸다. 그 뒤 2010년, 2012년, 2015년 세 차례에 걸쳐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2890억유로(약 413조원)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텅텅 빈 나라곳간으로 긴축의 고통을 견뎌야 하는 것은 국민들 몫이었다. 빚에 짓눌리고, 일자리는 없고, 곳곳에서 악 소리가 났다.

반전이 일어난 것은 2019년 집권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신민주당 정부의 강력한 개혁정책 덕분이었다. 급진좌파 정당 시리자를 꺾고 정권을 잡은 중도우파 성향 신민주당이 최우선으로 내건 것이 경제부흥이었다. 외국인 투자 유치, 최저임금 동결, 규제 철폐, 각종 감세, 민영화 등 친기업·시장친화 조치를 잇따라 단행했다.

강력한 긴축, 친기업 정책은 외국인 투자를 다시 불러들였다. 외국인의 그리스 직접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50%까지 올라 2002년 집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팬데믹 기간 206%까지 치솟았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지난해 171%로 떨어졌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부채 감소율이었다. 경제성장률은 2021년 8.4%, 지난해 5.9%였다. 유럽연합(EU) 평균을 크게 웃돈 수치다. 이런 성과로 신민주당은 지난 6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둬 재집권에 성공했다.

그리스 사례는 우리에게도 교훈이 된다. 재정을 긴축적으로 운영하면서 시장친화적 정책을 펴는 것은 우리에게도 당면 과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이 우려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저성장에 최악의 출산율로 국가소멸론까지 나오는 우리는 10여년 전 그리스의 사정과 완전히 다르다고도 말할 수 없다.
그리스를 귀감으로 삼으며 경각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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