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스스로 선 잘 지켜라" 이복현, 금감원 임직원에 'OB 접촉 자제령'

김나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25 18:25

수정 2023.10.25 18:25

로펌·금융사에 재취업한 금감원 전직 임직원
'사적접촉' 논란 예방 차원
이복현 24일 비공개 임원회의서 '각별한 유의' 당부
"과도한 접촉 삼가고 스스로 선 지켜달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10.17/뉴스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10.17/뉴스1
[파이낸셜뉴스]"우리원(금융감독원)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전 임직원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미흡한 부분이 있으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스스로 몸가짐에 유념해달라."
25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4일 비공개 임원회의에서 퇴직임직원, 이른바 OB와의 사적접촉에 이같이 강력 경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원장은 금융회사로 이직한 OB와의 과도한 사적접촉은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임직원들이 언행에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금융회사에 대한 심판업무도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스스로 선을 지키고 밖에서 봤을 때 공정하게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국민의 눈높이에서 봤을 때도 공정을 지켜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원장의 당부는 이날 금융감독원 모든 직원들에게도 공지가 됐다.


하반기 들어 이 원장은 조직 기강을 다잡기 위한 강한 발언을 계속해왔다. 이 원장은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나 금감원 퇴직자의 로펌·은행권 등 금융회사 재취업 논란에 대해 "꼭 비위가 아니더라도 상대방에 떳떳이 이야기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라며 내부 비위에 대해 '불관용 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 지난 7월 임원회의에서도 "국민 시각에서 한 치 오차도 없도록 해야 한다"라며 임직원의 기강 확립을 강조했다.

국정감사 시즌 국회의 지적이 잇따르는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 등 여야 정무위원들은 지난 17일 금융감독원 현장 국감에서 금감원 퇴직자의 재취업 논란과 이로 인한 금감원의 감독 독립성 문제를 지적했다.

정무위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거쳐 취업 승인이 결정된 190명 중 로펌 김앤장으로 이직한 퇴직자는 11명으로 확인됐다. △광장 8명 △태평양 4명 △율촌 4명 △세종 2명 등 최근 10년간 5대 로펌 재취업자는 총 29명이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 금감원 직원은 퇴직일로부터 3년간 대형 로펌이나 금융회사 등에 재취업할 수 없다. 다만 퇴직 전 담당 업무가 재취업 기관에서의 업무와 관련성이 없는 경우 등 예외가 있다.

이런 상황에 올해 상반기 기준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상임감사위원 5명 모두 금감원 은행 담당 부서장·임원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과 보험·증권 등 금융회사 127곳에 총 93명의 금감원 퇴직자가 근무하고 있었다. △저축은행 21명 △보험업권 20명 △증권업 13명 △금융지주 7명 △캐피탈 5명 △카드사 3명 등이다.

이와 관련 이 원장은 "로펌과의 사적접촉은 특별히 유의", "금융사로 간 OB와의 접촉은 유연하되 선을 지키라"는 방침을 밝혔다. 로펌에서는 금감원과의 소통 내용을 마케팅에 활용하고, 자신의 인맥을 강조하는 데 악용할 수 있는 만큼 "사무실에서의 공식적인 업무가 아닌 만남은 각별히 신중을 기해달라"는 것이다.

금융회사의 경우 검사·제재 대상인 동시에 협업 대상이기도 한 만큼 "스스로 '공정'의 선을 지켜라"고 당부하고 있다.

이 원장은 수시 인사를 통해서도 조직 기강을 다잡고 있다. 지난 18일 수시 인사를 통해 A 국장을 사실상 경질하고 총무·인사국장을 맞바꾸는 등 금감원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총선 출마설이 이어지고 내부 비위가 불거지자 '깜짝 인사'로 임직원에게 경고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학벌·출신과 관계없이 성과를 보겠다고 한 이 원장은 연내 대규모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엄격하게 금감원 내부통제를 관리하고 있어서 직원들이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수시 인사와 관련해서는 업무 인수인계 등으로 혼란이 발생한다는 의견과 동시에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원을 재배치하는 만큼 역동성이 커졌다는 호평도 나온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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