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르포] 이태원 풍선효과 홍대, 핼러윈 인파 '북적'

강명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27 21:48

수정 2023.10.27 21:48

핼러윈 소품으로 꾸민 주점…"직원도 늘렸다"
경찰 코스튬 외국인 외 분장은 자제 분위기
참사 거리 두는 젊은이들…"이태원 안가고싶다"
8시 기준 8만명 운집, 평소 수준…"관리 가능"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의 레드로드에 보행 유도를 위한 펜스가 쳐져 있다. 사진=강명연 기자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의 레드로드에 보행 유도를 위한 펜스가 쳐져 있다. 사진=강명연 기자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클럽거리에서 핼러윈 소품으로 꾸민 주점. 사진=강명연 기자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클럽거리에서 핼러윈 소품으로 꾸민 주점. 사진=강명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핼러윈 주간을 맞은 27일 금요일 저녁, '클럽거리'로 불리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익대 인근 삼거리는 쿵쾅거리는 클럽 음악소리로 가득했다. 핼러윈을 즐기러 나온 20대 청년들은 클럽이 문을 열기 전 음악소리로 영업의 시작을 알린 헌팅포차 앞으로 몰려들었다.

바로 일 년 전 비극적인 인명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 대신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 홍대 인근은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만약의 사고를 대비해 나온 경찰들도 거리 곳곳에서 2인 1조로 순찰을 돌고 있었다.
이면도로 곳곳에는 이동을 통제하기 위해 펜스가 설치됐다.

이날 클럽거리 인근 주점들은 핼러윈을 맞아 손님을 맞을 준비로 분주했다. 가게 전면을 호박, 귀신 분장을 한 마네킹 등으로 꾸민 가게는 물론 이제 막 단장을 시작하는 직원들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핼러윈 장식으로 꾸며놓은 주점 직원 황모씨(32)는 "클럽 거리가 바로 앞이어서 외국인을 비롯한 손님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오늘부터 주말 동안 홀 직원을 2명 늘려 8명이 근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씨는 다만 "지난해 사고도 있었기 때문에 외관만 꾸며 놓았고 직원들은 핼러윈 분장을 하지는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주변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핼러윈 기간 동안 평소 보다 매출이 1.5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번주에도 꽤 매출이 늘어서 평소보다 재료 등을 더 준비해 매출을 최대한 높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삼거리의 한 음식점 직원 A씨 역시 "지난 주말은 시험 기간이어서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오늘부터 주말 동안은 인파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과 지자체도 이태원 대신 홍대로 인파가 몰릴 것을 대비해 가용자원을 총동원했다. 이날부터 오는 내달 1일 새벽 3시까지 마포구청 600명, 경찰 1750명, 소방 300명, 민간 200명 등 총 2850명, 하루 약 570명이 점검에 투입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태원 참사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경찰이 과잉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홍대 주차장거리에서 악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30대 남성 B씨는 "이태원은 구조적으로 경사진 좁은 골목이라는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 계단만 정비했어도 생기지 않을 문제인데 올해는 극단적으로 유난스럽게 관리하겠다고 경찰이 몰려온 게 한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반면 인파 관리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의견도 있었다. 클럽거리의 헌팅포차에서 근무하는 C씨는 "작년에 사고도 있었기 때문에 올해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경찰이 많이 와서 관리하고 있지 않냐"며 "영업하는 입장에서는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한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인파 속에는 지난해 참사 당시 논란이 된 유사 경찰 복장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도 보였다. 프랑스에서 온 20대 남성 3명은 경찰 모습처럼 보이는 모자를 쓰고 있었다. 이들은 "작년에 일어난 이태원 사고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경찰 모자로처럼 보이는 게 문제가 되는 줄 몰랐다"며 "단순히 재미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성순 서울 마포경찰서장은 이날 인파관리 도보순찰에 앞선 브리핑에서 "홍대관광특구에서 유사 경찰복장으로 입건된 사례는 현재까지 없다"며 "유사한 경찰복이 적발되면 처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는 과도한 축제 분위기를 자제했으면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주차장거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50대 윤모씨는 "이태원 참사의 기억이 아직 남아 있는 만큼 1년 만에 핼러윈을 즐기러 나올지 의문"이라며 "매출을 생각하면 사람이 많이 나오는 게 좋겠지만 젊은이들이 조금 더 추모의 마음을 갖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핼러윈을 맞은 주말 홍대를 찾은 젊은이 중 상당수도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거나 언급을 꺼리는 모습이었다. 주점 앞에서 출입을 기다리던 20대 남성 D씨는 "주변에 살아서 홍대로 핼러윈을 즐기러 왔다"며 "(이태원) 사고를 염두에 두고 장소를 정하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이태원에는 갈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다.

2호선 홍대입구역 앞에서 만난 여성 김모씨(23)는 "핼러윈이라서 나온 건 아니고 그냥 친구들과 놀기 위해 왔다"며 "사고 이후 무섭기도 하고 외국인을 별로 안좋아해서 이태원은 가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이날 마포구청, 마포경찰서, 마포소방서 등은 인파 집중에 대비해 합동 도보순찰을 진행했다. 서울시 실시간 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기준 홍대관광특구는 유동인구 8만여명이 운집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평소 금요일 동일 시간대와 비슷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민관경은 인파가 가장 몰리는 시간대는 작년 기준 토요일 오후 8시로 보고 오늘부터 주말 운집을 집중 대비하고 있다.

임 서장은 "지난주부터 홍대로 인파가 몰린다는 보도가 있었고, 실제로 운집되리라 예상하고 경찰력을 배치해 관리하고 있다"며 "보통의 금요일 수준과 비슷한 인파 운집 상황에서 숫자가 늘어나도 관리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각 지역 공무원과 단체가 안전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순찰을 통해 보행통로가 확보되는지 적극적으로 검토해서 바로 시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에서 외국인들이 제복의 모습을 한 모자를 쓰고 있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 사진=강명연 기자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에서 외국인들이 제복의 모습을 한 모자를 쓰고 있다. 사진=강명연 기자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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