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특별기고] 에너지 위기 시대, 더 중요해진 천연가스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29 18:34

수정 2023.10.29 18:34

[특별기고] 에너지 위기 시대, 더 중요해진 천연가스
최근 심화되는 글로벌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의 길목에서 전 세계는 탈석탄을 넘어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탈화석연료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각국이 내세운 2050 탄소중립 정책의 실현 가능성은 부존자원 여건과 에너지믹스 현실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해외의존도 93%, 화석연료 비중 80% 이상, 신재생에너지 10% 미만, 전기화 비율 20% 등인 현실을 감안하면 탄소중립 달성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가 사상 초유의 에너지대란을 경험하고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로 또 다른 에너지 위기마저 우려되는 상황에서 에너지 자원빈국인 우리나라는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면서 탄소중립 목표를 착실히 달성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시점에서 화석연료라는 근본적 한계로 인해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수명이 제한된 가교연료(Bridge Fuel)의 역할만 맡을 것으로 간주돼 온 천연가스의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잇따른 전쟁으로 글로벌 에너지 분야 의제에서 에너지 안보가 에너지 전환보다 우선 논의되고 있다.
이 가운데 천연가스가 탈탄소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에너지 시장 공급 불안정성을 상당기간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천연가스는 탈석탄 연료 대체 등을 통한 친환경 사회로 이행에 기여할 수 있으며, 전력 생산 시 재생에너지의 최대 약점인 단속성과 간헐성을 보완해 전력공급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무탄소 에너지원인 수소와 암모니아의 생산원료로서 향후 대규모 그린에너지 생산을 위해 일정기간 마중물 역할도 담당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천연가스 역할이 원활히 작동하며 지속 가능하도록 담보하는 데 있어 가스요금 미수금 문제가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원인은 지난해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음에도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민생과 물가 안정을 이유로 국내 가스요금에 상승요인을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국내 천연가스 수급안정을 책임지는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에 무려 12조원에 달하는 미수금으로 돌아왔다. 올겨울도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점쳐지면서 미수금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돼 문제의 심각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엄청난 액수의 미수금은 단기간이 아닌 여러 해에 걸쳐 회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로 인해 발생할 에너지 시장 왜곡은 물론 국가 에너지 안보를 책임지는 공기업이 미래 시장을 올바르게 준비하고 대응하는 데 큰 차질을 불러와 막대한 국민 에너지 후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가스요금 현실화 외에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으니,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지금이라도 늦기 전에 가스요금 현실화와 함께 우리나라 에너지믹스 실정에 맞는 국가 에너지 안보 정책이 추진되어야만 한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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