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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결손 '불용'으로 메우나… 9월까지 70%도 집행 안된 사업 232개

이창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29 18:37

수정 2023.10.29 18:37

추 부총리 "최대한 차질없이 집행"
수입보다 지출이 커진 상태에 놓인 정부가 사실상 많은 사업을 올해 집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올해가 2개월여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집행률이 저조한 사업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 세수결손으로 통상보다 적극적인 수준의 '불용'이 자연스럽게 이행되는 모양새다.

29일을 기준으로 정부가 발표하는 '월간 재정동향'에 따른 8월까지의 총지출 진도율은 66.7%이다. 2020년(71.1%), 2021년(70.6%), 2022년(72%) 등 예년과 비교해 낮은 수치이다.

단순하게 월별 동일하게 편성예산을 나눴다고 가정했을 때도 8월까지 67%, 9월까지 75%가량을 집행해야 잔여 기간 남은 예산을 떨어낼 수 있다.
특히 올해 정부재정의 65%를 상반기에 집중해 조기 집행을 계획했던 만큼 동일하게 나눴을 때보다 후반기로 갈수록 남은 예산이 적었어야 한다.

정부가 'e나라재정'에 공시하고 있는 608개 프로그램 가운데 9월 누계 기준 진척률 70% 미만 사업은 232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공용재산취득과 기금운용, 이자상환 등 회계상 프로그램을 빼고 보더라도 특히 집행실적이 낮은 사업들이 적지 않게 분포돼 있다.

올해 남북관계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도출되지 않으며 통일부 프로그램의 예산 집행률은 타 부처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회계상 프로그램을 제외해도 올해 편성한 약 1조4000억원의 예산 가운데 9월까지 집행된 액수는 1700억원을 밑돈다. 약 11.6%의 진도율이다. 폐쇄된 개성공단과 남북경제협력 예산은 4600억원 가운데 단 3%가량이 집행됐다. 약 7300억원이 편성됐던 '인도적 문제 해결'은 그보다 낮은 1%가량의 진도율이다. 통일행정 지원과 남북 사회문화교류, 북한정세 분석은 50% 미만, 통일정책과 남북회담에도 70%를 밑도는 예산만 활용됐다.

전통적으로 불용액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해온 외교부 예산 역시 209억원의 다자관계 협력 프로그램이 여전히 26%가량의 집행률을 보이는 등 8개 프로그램이 60% 미만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3개월 내 700억원가량을 집행할 계획이 아니라면 사실상 대부분 불용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후보들이다.

이 밖에도 기반시설 관리사업 및 기후·환경 사업 등 계절적 시기가 지났거나 즉각적 가시성이 떨어지는 사업들이 낮은 진척도를 보이고 있다. 환경부 사업 가운데 현재 70% 이하의 예산을 쓴 사업은 8142억원이 책정된 하천관리(62%), 3조8000억원의 대기환경 보전(65%), 3759억원의 자원순환사회 형성 촉진(68%) 등이다. 내년 연구개발(R&D) 사업 예산 삭감으로 홍역을 치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734억원의 과학기반기술조성 프로그램 중 54%만 집행된 상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강제적인 불용은 없다"며 "최대한 예정대로 차질 없이 집행해 나갈 계획"이란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기재부 역시 재정집행률 점검주기를 월 1회에서 주 1회로 늘리며 불용예산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올해 불용액은 10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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