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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가계부채 뇌관 터지기 전에 안전망 구축 나서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29 18:43

수정 2023.10.29 18:43

"외환위기 몇십 배 위력" 우려
고위 당·정·대, 강도 높게 지적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서울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서울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가계부채 문제가 갈수록 태산이다. 부채비율을 낮춰야 한다는 경고음이 나온 게 어제오늘이 아닌데 그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우려의 톤도 심각할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 29일 열린 고위 당·정·대 협의회에서도 가계부채 문제가 핵심 화두에 올랐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가계부채 위기가 발생하면 1997년 기업부채로 인해 우리가 겪었던 외환위기의 몇십배 위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가계부채 리스크에 대해 이토록 강도 높게 지적한 발언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센 표현이다. 해외에서 보는 관점도 마찬가지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전망을 주제로 개최한 간담회 녹취록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채무 수준은 전반적으로 적정하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다만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내뱉었다. 한국의 총가계부채비율이 높아 위험관리를 위한 거시건전성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총재의 기준금리에 대한 발언에서도 가계부채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23일 국정감사에서 "먼저 규제정책을 다시 타이트하게 하고, 그래도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속도가 잡히지 않으면 그때는 심각하게 금리인상을 고려해야 할 때"라고 밝힌 바 있다.

가계부채와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나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가 절실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런 와중에 한은 총재가 조건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피력했다. 웬만하면 기준금리 인상 멘트를 자제하는 게 통화당국이다. 성장이냐 안정이냐를 놓고 딜레마에 빠진 한은 총재의 고뇌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가계부채 문제는 한 가지 해법만으로 풀어낼 수 없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맞물려 있다. 김 실장이 말한 대로 최저임금 부담과 인구위기 등 구조적 요인도 난마처럼 얽혀 있다. 문제는 이렇게 복잡한 고차방정식으로 얽혀 있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종합적 처방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의 안이함이다. 가계부채가 국가경제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는데도 내놓는 대책은 원포인트 처방 일색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가 개인채무자보호법을 국회에서 빨리 통과시키자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은 채무자의 연체·추심 부담을 완화하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맞는 처방책이긴 하다. 고금리에다 저성장으로 인해 연체율이 높아질 것을 대비해 개인채무자보호법을 손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법안은 가계부채 대응을 위한 정책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지금은 가계부채 종합대책안을 마련해 통합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다. 이날 고위 당·정·대 회의에서는 가계부채를 포함한 여러 가지 현안이 거론됐다. 물론 이태원 참사와 럼피스킨병 이슈도 중차대한 현안이다.
그러나 가계부채 이슈를 별도로 떼내어 당·정·대가 종합대책안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오죽하면 IMF도 우리나라 가계부채에 대해 잠재적 리스크를 감안한 스트레스테스트 실시를 권하고 거시건전성 정책을 수립하라고 조언했겠는가. 가계부채 발생의 진앙지 점검과 부채비율 완화를 위한 소프트랜딩 전략 및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안전망 구축까지 프로세스별로 통합적 접근이 요구된다.
가계부채 뇌관이 터지고 나서 대책을 내놔선 이미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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