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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5년전 10만원 지금은 3만원"…'익명+던지기' 유통 늘고 싸졌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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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정부가 올해 초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음에도, 마약 범죄가 끊이지 않게 된 주요 배경으로는 '낮아진 접근 문턱'이 꼽힌다. 과거에는 유흥업소 등 특정 장소에서만 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익명 SNS와 '던지기'라는 신종 유통 수법이 결합하면서 누구든지 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국내에 들어오는 마약 물량이 많아지면서 가격도 내려간 점도 한몫한다.

30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올 8월 말까지 단속된 마약류 사범(대마·마약·향정)은 1만8187명이다. 전년 동기 대비 48.7%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엔 2만7000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졸피뎀이나 프로포폴 등 향정신성의약품 사범이 지난해 7615명에서 올해 1만2445명으로 크게 늘었다.

정부가 '마약 청정국 지위 회복'을 올해 초 핵심 과제로 선포했지만, 외려 지난해보다 마약 범죄가 늘어났다.

마약 범죄가 들끓게 된 주요 배경은 '낮아진 접근성'이 꼽힌다. 다크웹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의 '2022년 세계마약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다크웹을 통한 거래 중 91%가 마약 거래로 집계됐다.

특히 텔레그램이 '게임체인저' 역할을 했다. 텔레그램은 전 세계에서 가장 보안성이 강하다고 평가받는 SNS인데, 이 때문에 마약 거래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선 경찰서의 마약 수사관은 "카카오톡 같은 경우 대화방을 나가도 그 대화 내역이 남아있지만, 텔레그램은 상대방의 휴대전화에서도 대화를 지울 수 있다"며 "마약 투약 정황을 확보해 검거하더라도, 증거 확보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과거에는 지인끼리 만나 현금을 주고받는 대면 거래가 활발했는데, 아무래도 위험 부담이 있었다"며 "지금은 텔레그램에서 익명으로 만나, '던지기'를 통해 마약을 구할 수 있게 돼 현장 검거가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가격 역시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내려갔다는 게 현장 경찰관들의 설명이다. 한 마약 수사관은 "5년 전만 해도 필로폰 1회 투약분은 10만원 선에서 거래가 이뤄졌지만, 최근 검거 사례를 보면 3~4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국내에 마약이 밀물처럼 들여오면서 가격이 내려간 것이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올 8월까지 총 4175건의 마약류 밀수 단속이 적발됐다.

적발된 마약류의 총무게만 2900㎏다. 이중 메스암페타민이 1217㎏로 가장 많았는데, 406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지난 10일엔 국내에 필로폰 74㎏을 유통하려 한 한국, 말레이시아, 중국인으로 구성된 3개 범죄조직의 조직원과 단순가담자 등 26명이 입건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동네 의원들이 유통 경로로 악용되고 있다. 내과나 가정의학과, 피부과 등에선 통증 완화 차원에서 졸피뎀같이 마약의 일종인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하기도 한다. 올여름엔 강남 한복판에서 마약을 투약 한 채 사람을 치어 뇌사에 빠뜨린 '롤스로이스 남' 사건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현재 경찰은 마약류를 과다 처방한 병의원 21곳, 불법 사용한 환자 13명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약 범죄를 억제하지 않으면 '범죄의 일반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마약 범죄에 대한 '죄의식'이 옅어져, 대중에게 일상적인 범죄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연예인들의 프로포폴 투약은 심각한 마약 범죄로 인식되지 않을 정도로 '범죄의 심각성'에 대항 경계심이 옅어진 상황"이라며 "심각한 범죄로 인식되지 않으면, 마약 범죄가 더 늘어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