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시선] 집값 통계, 민간이 전담하는 선진국 없어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30 18:13

수정 2023.10.30 18:13

[강남시선] 집값 통계, 민간이 전담하는 선진국 없어
보정과 조작은 합법, 위법을 가르는 뚜렷한 간극으로 천지차이다. 전 정부 집값 통계는 이 같은 논란의 진앙지가 됐다. 진위 여부를 떠나 주택정책 근간인 국가통계의 신뢰성에 생채기를 냈고, 공식적인 주택가격지수 조사를 민간에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껏 공공기관이 수행해온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2010년 6월 15일 기획재정부 등 13개 부처의 장관, 통계청장, 한국은행 총재 등으로 구성된 국가통계위원회는 주택가격지수 생산기관을 KB국민은행에서 한국감정원(현 한국부동산원)으로 바꿨다. 민간에 의존할 경우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공신력 확보가 쉽지 않은 데다 공인중개사 호가 조사의 신뢰성 문제 등이 제기된 영향이 컸다.
부동산원은 공시가격 조사기관으로서 주택의 가격 및 특성정보, 상시 조사원 등을 확보해 최종 이관기관으로 낙점됐다. 이에 따라 2013년 1월부터 부동산원은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를 통해 주택 매매와 전세 가격지수 등을 작성해왔다.

10년 만에 민간이 다시 키를 잡으면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더구나 해외 주요 선진국 중 공식적인 주택통계를 민간에서만 담당하는 경우는 전무하다. 공적 목적의 주택관련 지수는 공공기관이 책임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하는 주요국의 주택 통계도 각국 공공기관에서 주도적으로 작성한다. 미국 연방주택금융청, 일본 국토교통성, 영국 통계청, 독일 연방통계청, 프랑스 국립통계경제연구소 등이 대표적이다. 이탈리아, 독일, 일본 등은 공공기관에서만 집값 통계를 낸다.

관건은 부동산원 조사의 독립성 확보다. 대다수 정권이 각종 숫자의 마사지 유혹에 노출돼왔다. 통계는 표본의 구성과 규모, 수집자료 정확도, 기간 등에 따라 편차가 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통계의 객관성을 감시하기 위해 부동산원 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 등 견제장치 구축을 최우선으로 꼽는다. 또한 통계 담당조직은 부설기관 등으로 분리해 독립성,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통계조사와 연구만을 위해 존재하는 한국은행 조사국이 롤모델이다. 현재 부동산원의 담당조직인 공시통계본부 '부동산통계처'는 일부 정책지원 업무도 수행 중이다.

난제는 예산이다. 어느 기관이든 돈줄을 쥔 관할부처의 입김에서 자유롭긴 쉽지 않다. 주택정책 및 시장 파급효과 등 두루 감안하면 기획재정부가 국토교통부를 거치지 않고 부동산원 예산을 배정하는 구조도 고민해 볼 만하다.

수치와 그래프로 표출되는 통계의 위력은 상당하다.
백마디 말보다 숫자 하나가 더 효과적인 설득의 수단이 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자의적인 해석과 의도성이 개입돼 입맛에 맛는 데이터를 끌어다 쓰는 순간 오판을 낳게 되고, 어긋난 정책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집값 통계 작성처에 대한 소모적 논쟁은 끊어내고, 어떻게 하면 객관성과 독립성 강화로 현실을 가장 잘 반영할지 근본적인 물음에 답을 구해야 할 때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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