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주류 대기업 편법 판촉에 '지방 향토소주' 소멸 위기

노주섭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31 14:23

수정 2023.10.31 14:42

"도매상 물류차량 광고 편법 장려금 지급" 국세청 알고도 뒷짐만
시장 개척해놓은 베트남도 진출 시도 "안정된 시장만 골라 먹나"
주류 대기업의 편법 판촉과 개척된 시장 뺏기가 지나쳐 소주시장 교란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마트에 소주제품이 진열돼 있다. 뉴시스 제공
주류 대기업의 편법 판촉과 개척된 시장 뺏기가 지나쳐 소주시장 교란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마트에 소주제품이 진열돼 있다. 뉴시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대기업 자본력으로 추억이 서린 지방 향토소주마저 결국 소멸시키려 하나' '안정된 시장 골라 먹는 주류 대기업 형태, 경쟁인가 약탈인가..'
요즘 주류 대기업의 편법 판촉 공세에 지방 향토 소주시장 소멸을 우려하는 업계와 애주가들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볼멘소리다.

10월 31일 주류 대기업 판촉 형태에 반발하는 지방 소주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주류 대기업 A업체가 최근 신제품 출시 이후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법으로 금지한 사실상의 장려금을 주류도매상 등에 지급하며 시장 질서를 교란시키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실태가 이런 데도 전국의 주류시장 유통질서를 바로 잡아야 할 국세청 등은 문제의 심각성을 어느 정도 파악해 알고 있으면서도 뒷짐만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맥주 신제품을 출시한 주류 대기업 A업체의 경우 도매상 등에 일정 금액의 장려금을 약속했다는 소문이 주류업체에 파다하게 돌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은 '주류의 거래와 관련해 장려금, 할인, 외상매출금 또는 수수료 경감 등 그 명칭이나 형식에 관계없이 금품 또는 주류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법령에 막혀 약속한 지원금을 제때 지급할 수 없었던 A업체가 최근 관련 법령을 우회하는 편법을 착안해 사실상의 장려금을 집행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반발 지방 소주업체들의 주장이다.

전국 주류 도매상들이 운행하는 물류 차량에 맥주 신제품 스티커를 부착하는 대신 광고료 명목으로 장려금을 지급하기로 계약서를 보내 체결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주류 도매업계 한 관계자는 "A업체가 차량 광고 계약서를 받고 광고료 형식으로 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비밀"이라면서 "도매업체의 규모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업체당 월 수백만에서 천만원 이상까지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실태를 밝혔다.

지방 주류업체 한 관계자도 "시장 지배력 지위에 있는 주류 대기업 A업체가 편법으로 보조금을 지금하는 사례가 시장 질서를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있다"면서 "국세청 등에서 면밀한 조사를 벌여 그 결과에 다른 조치가 시급히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해당 A업체 측은 "다른 식음료 상품과는 달리 주류의 경우 광고의 주체, 내용, 수단, 대상, 시간 등이 엄격히 제한돼 있어 주류운반차량을 통한 광고가 유일한 수단"이라면서 "이에 따라 지방소주업체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주류사들이 도매업체의 차량을 이용한 주류 광고를 오랜 기간 진행해오고 있다"고 해명했다.

문제의 주류 대기업의 형태에 대해 또 다른 지방 소주업체의 불만도 거의 폭발 직전이다.

이 업체의 경우 지난 2017년 베트남 주류회사 V사를 인수해 2019년부터 소주를 현지 생산하면서 국내 주류 기업 최초의 해외 생산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지 생산을 통해 베트남 소비자 취향에 맞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문제의 국내 주류 대기업인 A업체가 최근 베트남에 해외 생산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나서 시장을 뺏으려고 해 확장의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지방 소주업체는 "지난 2006년 당시로는 파격적인 도수인 16.9도 소주를 출시, 새로운 시장을 열었으나 이 또한 인기를 끄는 것을 본 해당 주류 대기업 A사가 똑같은 도수로 제품을 선보였다"면서 안정된 시장을 골라 먹는 경우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지방 소주업체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주류 대기업 A업체의 경우 막대한 자본으로 지역시장 침투에 성공했고, 이제는 독과점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라 '지역 소주 소멸'이 시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통 전문가들은 "K-푸드 열풍 속에도 오직 한국 소주시장의 경우만 팔리는 제품이 생기면 곧장 똑같은 제품을 자본력과 유통망을 통해 전국으로 유통해 버리는 상황이 계속해 이어져 '무색무취'로 단조롭게 변화돼 왔다"면서 "이제라도 안정된 시장을 골라 먹을 것이 아니라 대기업이 앞장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중소업체의 특색있는 제품도 판로를 확보해 다양한 주류 문화로 발전할 수 있도록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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