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年 8000여건 의사들의 마약류 '셀프 처방'..마약 오남용 통로?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사진=뉴스1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최근 배우 이선균씨 등 일부 유명인들의 마약 투약이 의심돼 경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선 가운데 매년 약 8000건씩 의료진이 향정신성 의약품(마약류 의약품)을 '셀프 처방'하고 있어 자칫 마약 오·남용의 사각지대로 방치될 위험성이 높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청소년층까지 퍼진 마약 실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의료진 셀프 처방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 강화와 함께 일부 선진국처럼 의사 자신이나 가족들의 경우 마약류 처방을 원천 금지하는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체 의사 10여%, 마약류 '셀프 처방'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의료용 마약류를 자신에게 직접 처방한 의사-치과의사는 2020년부터 지난 5월까지 1만5505명이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활동하고 있는 의사(11만2321명)와 치과의사(2만8015명)의 약 11.0%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를 연도별(중복 포함)로 살펴보면 △2020년 7795명 △2021년 7651명 △2022년 8237명 △지난 1월부터 지난 5월까지는 534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자료를 취합한 3년 5개월간의 이력을 따져보니, 자가 처방한 마약류는 알약을 기준으로 321만3043개였다.

의사들이 자가 처방한 마약류를 성분별로 살펴보면, 공황장애시 복용하는 항불안제의 처방건수(37.1%)가 가장 많았다. 불면증 치료제로 쓰이는 졸피뎀(32.2%)과 식욕억제제(19.2%) 등이 뒤를 이었다. 처방량으로 보면 항불안제 37.7%, 졸피뎀 19.8%, 식욕억제제 18.8% 순이었다.

의사들의 마약류 자가 처방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현행법에서는 의료행위나 동물 진료를 목적으로 한 마약류(마약 향정신성 의약품)를 투약-제공-처방할 수 있는 사람은 의사 등 마약류 취급 의료업자만으로 한정하고 있지만, 의사 등 마약류 취급 의료업자가 자신에게 스스로 마약류를 처방하는 것에 대한 법적 제지는 없기 때문이다.

법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의사의 마약류 자가 처방에 대한 점검과 제재가 미흡하다. 지난 3년간 식약처가 의료용 마약류 자가 처방을 점검한 인원은 2020년 26명, 2021년 16명, 2022년 19명으로 총 61명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수사 의뢰를 한 경우는 2020년 19명, 2021년 5명, 2022년 14명 등으로 총 38명뿐이었다. 이 중 15명이 송치됐고, 15명은 불송치됐으며, 수사 중인 인원은 8명이다.

하지만 의학적 관점에서 마약류는 중독이란 병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다. 한 정신과 의사는 "마약이 한 번이라도 몸속에 들어오면 뇌의 신경회로는 도파민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비정상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며 "이같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신경회로가 중독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이 마약류가 남녀노소, 직업을 불문하고 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의사들의 마약류 자가 처방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예컨대 캐나다에서는 의사 자신과 그의 가족에 대한 마약류 의약품의 처방을 금지하고 있다. 의학적 판단에 필요한 객관성이 손상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마약류 '셀프 처방' 금지
이에 정치권에서는 의사들의 마약류 의약품 자가 처방을 방지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0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의사가 자신과 그들의 가족에게 마약 또는 향정신성 의약품을 처방하는 것을 금지하는 데 있다.
여기서 가족이란 민법에서 규정하는 가족을 의미하는 것으로 배우자와 직계혈족, 형제자매다 등을 지칭한다. 동거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와 배우자의 직계혈족, 배우자의 형제자매도 포함된다.

서 의원은 "마약류 범죄는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크게 미치므로 방지책이 절실하다"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의사들의 법에 위반되는 셀프 처방을 제지해야 한다"고 전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