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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윤 대통령 시정연설, 대화와 타협으로 소통 물꼬 트길

윤 대통령·이 대표 첫 공식 만남
건전 재정 기조, 취약 계층 지원
윤석열 대통령은 31일 "정부의 재정 운용 기조는 건전재정으로서 미래세대에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넘겨주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024년 총지출은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2.8% 증가하도록 편성했다"며 "내년도 예산안 편성과정에서 총 23조 원 규모의 지출을 구조조정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31일 "정부의 재정 운용 기조는 건전재정으로서 미래세대에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넘겨주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024년 총지출은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2.8% 증가하도록 편성했다"며 "내년도 예산안 편성과정에서 총 23조 원 규모의 지출을 구조조정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월 31일 윤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열린 5부 요인 및 여야 지도부 환담 자리에서 만났다. 비공개로 진행된 환담에서 윤 대통령은 예산안 처리 협조를 당부했고, 이 대표는 민생대책 마련을 요청했다고 한다. 지난해 5월 대선 이후 사실상 첫 공식 석상 만남이었다. 이날 민주당은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는 동안 야유, 고성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건전재정은 대내적으로는 물가안정에, 대외적으로는 국가신인도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면서 건전재정 기조를 강조했다. 절감한 재원으로는 국방·치안·치수와 같은 국가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는 데 중점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어려움을 더 크게 겪는 서민과 취약계층,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지원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영수회담' '여야정 3자회담' 등을 요구해온 이 대표는 당초 사전환담 참석에 부정적이었지만 시정연설 하루 전 수용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먼저 협치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 필요하다는 당내 조언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한다. 얼어붙은 정국을 푸는 소통과 협치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당장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여야 갈등사안이 첩첩산중이기 때문이다. 당장 정부가 제출한 657조원 규모의 예산안을 두고 본격적인 예산전쟁이 시작됐다. 국민의힘은 '기한 내 처리'를, 더불어민주당은 연구개발(R&D) 예산 등 '필수 예산 증액'을 강조하고 있다. 여야는 쟁점법안을 두고도 강대강으로 대치 중이다. 다음 달 9일 국회 본회의에는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이 상정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으로 맞설 방침이다. 민주당이 단독처리를 강행하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이 행사돼 모처럼 조성된 화해 무드가 깨질 소지가 있다. 11월부터 연말까지 이어지는 국회 일정으로 볼 때 협치를 기대하긴 이르다. 내년도 예산안을 비롯해 양곡관리법, 간호법, 방송법 등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법안이 줄줄이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는 데다 김건희 특검법 등 현 정부를 직접 겨누는 법안도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야당은 서울~양평고속도로,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감사원 정치감사, 방송장악 등에 대한 국정조사도 추진하고 있다. 예산안의 본회의 처리시한인 12월 2일이 지켜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여야는 내년 예산안을 두고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4월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어서 피차 양보를 하기도 어려운 형국이다. 이 과정에서 상대 당을 비방하는 피켓 사용과 고성·야유를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한 '신사협정'이 지켜질 수 있을지 장담하기도 어렵다.
다만 오늘 환담을 계기로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따로 만나 허심탄회하게 정국을 논하기 바란다. 입만 열면 꺼내는 민생, 협치가 말잔치로 끝나선 안 된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이어져야 민심을 얻고 꺼져가는 경제를 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