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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경기회복 불씨 살아났지만, 경계심 늦출 수 없다

생산·소비·투자 일제히 늘었어도
오일쇼크 등 대외변수 과제 많아
반도체 생산 증감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반도체 생산 증감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반도체 경기가 조금씩 풀리면서 주요 경제지표가 다 같이 올랐다. 통계청이 10월 31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9월 산업 생산, 소비, 투자 3가지 지표가 일제히 전월 대비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들 지표가 트리플 플러스를 보인 것은 지난 5월 이후 4개월 만이다. 온통 침울한 숫자에 둘러싸인 한국 경제 현실을 감안할 때 그나마 다행스러운 수치로 볼 순 있을 것이다.

반도체 회복세는 9월 들어 이전보다 한층 강해졌다. 9월 반도체 생산은 전년동월 대비 23.7% 증가했다. 지난해 6월(24.9%)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전월과 비교하면 12.9% 늘어 두달 연속 두자릿수 증가다. 살아나기 시작한 반도체는 삼성전자 실적도 끌어올렸다. 삼성전자는 이날 공시를 통해 3·4분기 영업이익이 2조4366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 적자 폭이 줄면서 올해 처음으로 조 단위 분기 영업이익 달성에 성공했다.

한국 경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수출 25%가 반도체다. 반도체 경기가 미약하게라도 반전의 기미가 보이면 지표 전체가 탄력을 받는 구조다. 그런 만큼 소폭 오른 생산, 소비에 안도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소비와 투자도 전월 대비 늘긴 했으나 지난해 동월 대비로는 여전히 뒤처져 있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동월 대비 6% 가까이 줄었다.

정부 기대대로 올해 우리 경제가 종반기로 가면서 완연히 솟아오르길 모두가 바라지만, 그럴 수 있는 대외여건이 아니어서 더 걱정스럽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0월 30일(현지시간) 전시내각 회의 직후 "가자지구에서의 휴전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양측 충돌은 장기전으로 갈 수 있다. 이웃 아랍국의 참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계은행이 공개한 '원자재 시장전망' 보고서를 보면 중동전쟁이 지금보다 악화될 경우 유가는 75%까지 급등할 수 있다. 석유 공급량이 하루 최대 800만배럴씩 급감해 배럴당 150달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1973년 4차 중동전쟁 때 아랍 산유국들이 석유 금수에 나섰던 것과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이란이 참전해 세계 핵심 석유항로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경우 배럴당 2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반등을 노리는 한국 경제가 고유가 덫에 빠져 지금보다 더 깊은 수렁에서 허덕일 수 있다.

미국발 고금리 장기화도 빚에 눌린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다. 가계, 기업, 국가 전부가 거대한 빚더미에 앉아 있다. 금리는 계속 오르는데 부채 줄이기에 실패하면 제자리에서 뛰기도 힘들어진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체질개선에 사활을 거는 것 말고는 현실을 타개할 뾰족한 수단이 없다. 고통을 분담하고 불합리한 관행과 제도를 바로잡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정쟁에 빠진 정치권의 각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국민의 요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