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기업·종목분석

현금 줄어든 삼성전자..."허리띠 조일 것"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02 05:00

수정 2023.11.02 05:00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이 1일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삼성전자 창립 54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전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이 1일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삼성전자 창립 54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전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가 3·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향후 행보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대대적인 투자를 밝혔지만 줄어드는 현금흐름에 허리띠를 졸라 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일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순현금은 6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올해 3·4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순현금은 83조500억원으로, 전년(104조5000억원) 대비 20% 이상 축소됐다.


삼성전자의 순현금은 2009년 '플러스(7조2000억원)'로 돌아선 이후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곤 매년 증가했다. 올해를 빼고 연 평균 7조5000억원의 현금을 쌓아온 것이다. 2016~2017년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매입하면서 2017년에 처음으로 순현금이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이듬해 17조원을 늘려 순현금을 80조원대로 늘렸다.

삼성전자는 실적을 발표하며 내년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능력을 기존 2.5배로 늘려 업계 최대 공급사 지위를 확보하겠다고 공언했다. 보수적 생산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메모리 시황의 점진적 회복을 전망한 것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내년 HBM 공급량을 올해 대비 2.5배 이상 늘릴 것”이라며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인 ‘HBM3’를 올 3·4분기 양산한 데 이어 내년 상반기에 5세대인 ‘HBM3E’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순현금이 전년 대비 20wh원 이상 줄어든 상황에서 적극적인 투자가 답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강력한 순현금을 바탕으로 지난해 의도적 과잉공급 전략을 썼지만 경쟁사들이 쉽사리 퇴장하지 않고 있다”며 “이후 감산으로 선회했지만 수요 모멘텀이 생략돼 메모리 업황 회복 속도는 예상보다 더디다”고 설명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도 "매크로를 감안하면 공격적 공급의 상향이 아닌, 가격 상승을 기대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구간"이라며 "업황 바닥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주가에 대한 심리(센티멘트)는 부정적이지만 반도체는 가격 상향의 근거들이 마련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설명회(컨퍼런스콜)에서 밝힌 투자 계획에 대해 김 연구원은 “시장에 삼성전자의 메모리 기술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이 팽배한 상황에서 내년 해당 생산능력을 2.5배가량 확대하겠다 밝히며 고부가가치 제품 경쟁력 회복 의지를 내비쳤다”고 부연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주주환원정책의 종료가 임박했지만 이에 대한 언급은 없는 상황이다.
김 연구원은 그 이유로 "투자와 배당 등 현금 유출 요인과 수익성 회복 등의 유입 요인을 비교해 봤을 때 내부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이제 현금을 ‘지키는’ 정책으로 변모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최소 9조8000억원 규모의 배당 등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을 탓하기엔 단위 투자금액이 너무 커져버린 설비투자와 수익성 훼손이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김 연구원은 “효율적 투자 속도조절 및 수익성 중심 영업 등 메모리 업황 개선 가속화 요인이 등장할 차례”라며 “분기 영업이익은 4·4분기 4조3000억원을 시작으로 내년 14조2000억원까지 지속 확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