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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 손배소 2심서 日 배상책임 인정될까

정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02 07:00

수정 2023.11.02 08:29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소녀상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소녀상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 결론이 뒤집힐지 법조계의 이목이 쏠린다. 앞서 1심에서는 책임 여부에 대한 판단이 이뤄지지 않고 재판이 종결됐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합의33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오는 23일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등 17명이 일본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 선고기일을 연다.

앞서 지난 2021년 4월 1심 법원은 피해자들의 청구를 각하했다.
다시 말해 소송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봐 책임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고 재판 절차를 끝낸 것이다.

당시 법원의 각하 결정에는 ‘국가면제’가 주된 근거가 됐다. 국가면제란 주권 국가를 다른 나라 법정에 세울 수 없다는 국제법상 원칙이다. 주권을 가진 대등한 국가관계를 전제로 한 쪽이 다른 한 쪽에 강제적 조치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국가면제에 관한 판례 등을 근거로 소송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다만 국가면제에 관한 해석은 법원 내에서도 엇갈리는 상황이라 2심에서 결과가 뒤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021년 1월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한 또 다른 손해배상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당시 김정곤 부장판사)는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 재판부는 한 국가가 반인권적 행위를 저지른 경우 국제법상 절대규범인 ‘강행규범’을 위반한 만큼,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일본이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국가면제 이론은 주권국가를 존중하고 함부로 타국의 재판권에 복종하지 않도록 하는 의미를 갖는 것”이라며 “국제 강행규범이라는 절대규범을 위반해 타국의 개인에게 큰 손해를 입힌 국가가 국가면제 이론 뒤에 숨어 배상과 보상을 회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형성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 2심 재판과정에서도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2심 재판과정에서 피해자 측 대리인은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한 권리구제 수단이 국제관습법 등으로 보장되는지, 더 나아가 국가면제 예외범위를 심리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원심 심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심에서는 일본인 변호사가 법정에 나와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원고 측 증인으로 출석한 야마모토 세이타 변호사는 “상호주의를 고려해도 불법행위에 대해 예외로 주권면제를 제한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 아니다”라며 “(이번 사건은) 피해자들의 사법접근권을 보장해 인권을 구제하기 위해 국가 면를 제한해야 하는 전형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다”고 강조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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