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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도 일하고 싶어요"...10곳 중 6개 기업이 외면하는 '장애인 의무고용제도'

관련 개정안 발의
기초부담액 최저임금 60% → 100%
[제작 이태호, 정연주] 사진합성, 일러스트/ 사진=연합뉴스
[제작 이태호, 정연주] 사진합성, 일러스트/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주요 시중은행들 가운데 최근 5년 동안 장애인 고용 의무 비율을 지킨 곳이 단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으로 정해진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을 어겨 은행들이 이 기간 낸 벌금만 900억원이 넘는다.

이처럼 상당수 민간기업들의 장애인 의무고용 외면으로 인해 장애인들에 대한 고용 여건 개선과 양질의 일자리 제공이라는 본래 제도 취지는 퇴색된 채 '차라리 부담금을 내는게 낫다'는 이른바 '쩐(錢)본주의' 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다는 지적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부담금을 대폭 높여서라도 기업들의 장애인 고용 의무 비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100곳 중 58개기업, 장애인 고용의무 안지켜..제도 유명무실

2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현행법은 상시 50명이상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는 근로자의 3.1%를 장애인 근로자로 고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최근 5년간 시중은행 5곳의 장애인 평균 고용률은 올해 상반기 기준 1.19%에 그쳤다.

또 상시 100인 이상 고용한 기업이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을 경우, 고용노동부에 고용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고용부담금은 '월별 미고용 인원 수'에 '부담기초액을 기준으로 가산한 금액'을 곱해 산정한다. 현재 부담기초액은 최저임금의 약 60% 이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기업들이 제반 근무환경 개선 등이 필요한 장애인 근로자 의무고용을 꺼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들이 장애인 근로자 고용시 다양한 편의시설 등 지원 인프라를 갖춰야 하는 데다 일반 근로자와 다른 근무규칙 등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 부담 등으로 인해 장애인 고용을 기피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장애인 고용 의무가 있는 사업체 수는 3만 42개로, 이 중 58%(1만 7419개)가 고용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도별 미이행률을 보면, 2018년 55.6%, 2019년 57.5%, 2020년 57.2%, 2021년 57.6%, 지난해 58%로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민간기업, "차라리 부담금 내는게 이득"...장애인 일자리 지원 외면

최근 5년간 민간 기업들이 낸 부담금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8년 5996억원 △2019년 7326억원 △2020년 6905억원 △2021년 6908억원 △2022년 7438억원이다.

상당수 기업이 '고용부담금을 내는 것이 장애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 보다 이득'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에 시민단체 등은 기업들이 고용을 외면하는 현재의 장애인 의무고용제도의 개선을 강력히 촉구해 왔지만 관련 당국은 아직 이렇다 할 제도개선책을 내놓지 않는 실정이다.

특히 장애인 고용부담금 제도에서 부담기초액이 32년 전 도입 당시인 '최저임금의 60% 이상' 수준을 계속 유지하면서 장애인 고용 촉진이라는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오히려 기업들에게 '고용 의무를 지키지 않고 돈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사실상의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를 지키지 않은 기업에 부과하는 '고용부담금'을 상향 조정하는 관련법안이 제출돼 향후 처리여부가 주목된다.

전혜숙 의원 법안 발의..부담금 기준 대폭 상향 조정 골자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전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부담기초액을 최저임금의 100%로 상향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 100인 이상의 상근 직원을 고용하고도 장애인은 단 한 명도 고용하지 않은 기업에 대해선 미고용 인원 당 최저임금의 200%를 부담금으로 부과토록 했다.

전혜숙 의원은 "장애인 고용하지 않았을 때 내는 부담금이 장애인을 고용할 때 드는 비용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고용 대신 부담금을 선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부담기초액을 상향하는 게 장애인 고용을 확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해 개정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