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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대사면'부터 체면 구긴 인요한 혁신위..'영남권 희생'도 후폭풍 예상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02 16:33

수정 2023.11.02 16:33

2호 혁신안 '3선 초과 연임 금지' 암시 "혁신은 아프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공동취재) 2023.10.24/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사진=뉴스1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공동취재) 2023.10.24/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은 2일 혁신위원회가 1호 안건으로 제안한 당내 대사면을 전격 수용했다. 징계 해제 대상자는 이준석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김재원 전 최고위원, 김철근 전 당대표 정무실장이다. 그러나 김 전 최고위원을 제외한 당사자들이 모두 날선 반응을 보이면서 '당내 통합'이라는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체면만 구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혁신위는 2호 안건을 '희생'에 초점을 맞춰 동일 지역구에서 3선 초과 연임을 금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역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 지도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최고위회의에서 혁신위의 첫 번째 제안인 '징계 일괄 취소'를 의결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과거 윤리위원회의 징계 결정은 나름 합리적 사유와 기준을 가지고 이뤄진 것으로 존중돼야 마땅하지만 보다 큰 정당을 위한 혁신위의 화합 제안 역시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위 제안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으나 김 대표가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한 만큼 1호 안건을 전면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표적인 비윤석열계로 당과 각을 세워온 이 전 대표와 홍 시장, 김철근 전 당대표 정무실장이 당원 자격을 회복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은 지도부를 향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전 대표는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서 "고생이 참 많다. 지지율이나 올려라"라고 비꼬았다. 홍 시장은 최고위 의결 직후 페이스북에 "과하지욕(跨下之辱)의 수모는 잊지 않는다"이라고 적었으며, 김 전 실장도 "헛다리를 긁고 있다"고 평했다.

내년 총선을 의식해 지도부의 징계 취소 결정을 앞두고 최고위원직을 자진사퇴한 김재원 전 의원을 제외하면 사면 당사자들은 오히려 당 지도부에 더욱 냉담해진 모습이다. 이 전 대표는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회동 제안을 거부하는 가운데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는 등 신당 창당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지도부가 총선을 앞두고 '내부 총질'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손을 먼저 내밀었지만 사실상 이준석계 끌어안기에는 실패한 셈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사무실을 방문하고 있다. 2023.11.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사진=뉴스1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사무실을 방문하고 있다. 2023.11.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사진=뉴스1

1호 혁신안이 기대 성적에 미치지 못한 상황에서 2호 혁신안이 일으킬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위는 다음 혁신안으로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연임 금지, 입시·취업 비리와 관련해 국회의원 원스트라이크아웃제, 선거 후보 등록 시 불체포특권 서약 등을 고려 중이다. 특히 인 혁신위원장이 암시한 '영남권 스타 중진 수도권 출마'에 당내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지만 혁신위는 일단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경진 혁신위원은 이날 "혁신이라고 하는 건 다 아프다"며 "당 지지율이 강서구청 선거 이후 안 좋은 상태니까 아픔을 감내하고서라도 당이 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게 전체적으로 합의된 사항"이라고 했다. 총선 승리를 위해 일부 의원들이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에선 이를 두고 "구체적인 전략도 없이 희생을 강요한다"는 반발이 나온다. 이에 지도부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 안을 받아들일 경우 내홍이 촉발될 수 있고, 거부하면 혁신위의 동력이 떨어지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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