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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수주하려면 1000억 내라...“입찰보증금, 어떻게 안 되나요”

이종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05 14:44

수정 2023.11.05 14:44


서울의 한 재건축 공사 현장.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재건축 공사 현장.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올해 초 수의계약방식으로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재건축 조합은 입찰보증금으로 1000억원을 요구했다. 과천시 과천주공10단지도 입찰보증금이 200억원이다. 부담을 느낀 일부 건설사들이 하나 둘 입찰에서 발을 빼고 있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공사비 폭등 외에도 조합들의 과도한 입찰보증금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수주를 기피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업비 조달을 책임지는 신탁방식 단지조차 입찰보증금 납부가 관행이 되면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원자재값 인상으로 정비사업 조합들이 시공사를 찾는데 애를 먹고 있지만 입찰보증금 관행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대형 단지는 물론 소규모 사업장까지 많게는 수백억원, 적게는 수십억원의 입찰보증금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용산구 한남 2구역은 참여 건설사들에 입찰보증금으로 800억원을 요구했다. 오는 20일 입찰마감을 앞둔 동작구 노량진1구역 조합도 시공사 선정에 참여하려면 500억원을 납부토록 하고 있다.

소규모 단지도 예외는 아니다. 306가구 규모인 관악구 뉴서울·개나리 재건축 단지도 20억원을 납부해야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서울시 클린업 시스템에 올라온 시공사 입찰공고를 보면 가로주택 같은 소규도 정비사업 조합도 예외 없이 입찰보증금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탁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재개발·재건축 단지들도 입찰보증금 요구가 관행이 되어가고 있다. A 건설사 한 임원은 “신탁방식 사업은 신탁사가 자금조달도 책임지는 구조”라며 “입찰보증금을 받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탁업계는 이에 대해 “은행으로부터 사업비를 빌리는 것보다 무이자가 적용되는 건설사 대여금(입찰보증금)이 훨씬 조합에 도움이 된다”며 “입찰보증금은 건설사의 참여 의지를 확인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최초로 신탁방식으로 재개발사업을 추진한 흑석11구역 재개발사업도 지난 2020년 시공자 선정 당시 입찰보증금 400억원을 납부토록 했다. 시공사 선정이 중단된 여의도 한양아파트 150억원, 여의도 공작 60억원 등이다. 신탁방식 추진단지 거의 대부분이 보증금을 요구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앞서 여러 차례 입찰보증금 제도 개선을 건의했으나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정식 도급계약이 체결되면 입찰보증금이 사업비로 전환된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추진에 도움이 된다는 점 때문이다.

입찰보증금은 시공사 선정에서 탈락하면 돌려받는다. 하지만 조합들은 시공사 귀책이나 위법행위가 있을 때는 입찰보증금을 몰수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주택협회 한 관계자는 “공사비 대비 입찰보증금 비율이 10~20%인 단지가 적지 않다”며 “수백억원에 이르는 입찰보증금을 납부할 수 있는 건설사는 손에 꼽힐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압구정, 여의도, 목동 등 초대형 수주가 예정돼 있다.
이들 단지는 입찰보증금이 수백억원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수의계약인 아닌 경쟁 유도를 위해서라도 제도 개선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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