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완주-전주-익산 잇는 '삼례시장'[길위에 장이 선다]

강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05 08:00

수정 2023.11.05 08:00

전북 완주군에 있는 삼례시장 지리적 이점에도 시장은 텅텅 완주군 차원 지원 활발해 명맥 이어
전북 완주에 있는 삼례시장 . 사진=강인 기자
전북 완주에 있는 삼례시장 . 사진=강인 기자


【파이낸셜뉴스 완주=강인 기자】 "장사 안 되지만 단골 있어 괜찮아요."
전북 완주군에 있는 삼례시장 상인의 말이다.

지난 1일 찾은 삼례시장은 손님의 발길이 끊긴 모습이었다. 현대화된 시장 시설은 깔끔했지만 텅 빈 모습이 상인들을 한숨 쉬게 했다. 다른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삼례시장도 소비자 유입과 유동인구 회복이 시급한 모습이다.

텅 빈 시장에 한가로운 시간을 가진 상인들은 시장 골목으로 나와 담소를 나누고 고구마와 차를 나눠 마셨다. 시장 상황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조급함보다는 차분함이 엿보였다.
시간이 갈수록 소비자가 찾지 않아 힘들지만 단골손님과 5일장이 있어 괜찮다는 설명이다. 방문하는 상점마다 손님은 없었지만 상인들의 표정은 모두 밝았다.

그럼에도 시장 안 비어 있는 점포와 썰렁한 골목은 전통시장의 미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삼례시장 시설은 완주군이 운영한다. 48개 시장 점포와 12개 청년몰 점포가 들어섰다. 상인들은 상점을 임대해 월세를 내고 장사하는 시스템이다. 점포마다 차이가 있지만 월세가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는 상인들 전언이다.

지난 1일 전북 완주 삼례시장이 텅 빈 모습. 사진=강인 기자
지난 1일 전북 완주 삼례시장이 텅 빈 모습. 사진=강인 기자


이곳은 전주시와 익산시, 완주군이 만나는 지점에 있어 예로부터 많은 사람이 오갔다. 특히 5일장이 열리는 날(3일과 8일)이면 각 지역에서 발길이 쏠린다. 공설시장과 정기시장을 병행하는 시장의 형태를 갖췄다. 현재도 평일은 손님이 뜸하지만 5일장이 열리면 각지에서 상인과 소비자가 몰려 활발한 풍경을 만든다.

박옥희 삼례시장 상인회장은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장사가 안 된다. 많은 상인들이 단골손님과 5일장으로 버티고 있다"라며 "완주군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다행이다. 전통시장을 문화 차원의 공간으로 보고 사람들이 찾아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삼례시장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시설 현대화 사업과 주차장 조성, 상설무대 설치 등 소비자 발길을 잡고 전통시장 명맥을 잇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전통시장의 활력 청년몰

삼례시장 2층에는 지난 2019년 청년몰이 문을 열었다. 침체된 전통시장에 청년들이 활기를 불어넣어 줄 것을 기대하고 추진한 사업이다.

지난 1일 전북 완주 삼례시장 청년몰에 내걸린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진=강인 기자
지난 1일 전북 완주 삼례시장 청년몰에 내걸린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진=강인 기자


전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과 완주군은 시장 2층 유휴공간에 311평 규모 청년몰을 만들었다.

청년몰은 식음료 점포, 공예, 일반스토어, 공용점포 등으로 구성됐다. 콘서트홀과 북카페형 휴게공간 등도 갖춰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

2014년부터 시설 현대화 사업을 여러 건 추진한 끝에 청년창업 공간을 조성함으로써 그 종지부를 찍었다.

삼례시장은 인근에 삼례문화예술촌과 우석대학교가 있어 젊은 층 고객 유입이 용이하다. 청년들의 도전정신과 아이디어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것으로 기대되지만 아직 청년몰 사업은 실험을 진행하는 중이다.

삼례시장 청년 상인들은 청년몰 이름을 '삼삼오오'라 지었다. 청년몰 사업자들은 시작부터 전통시장이라는 입지적 악조건을 안고 시작하는 만큼 사업 초기 실패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하지만 삼례시장은 두드러진 장점이 많다. 공설시장이라 임대료가 저렴하고 인근에 대학교와 주택가가 있어 시장 상황은 좋은 편이다.

무엇보다 기존 상인들과 조화가 청년몰 성공 주요 포인트다. 청장년 상인이 뭉쳐 경험과 참신함을 공유하며 고객의 관심을 끌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5년 전 재건축으로 새 단장

삼례시장은 지난 2018년 7월 새롭게 태어났다.

1964년 완주군 공설시장으로 건립된 삼례시장은 그동안 시설 노후로 인한 붕괴 위험과 안전 문제로 상인 이탈과 소비자 외면 현상이 이어졌다.

완주군은 1995년 침체된 삼례시장 상권 회복과 경제중심축 재건을 위해 시장 재건축을 결정하고, 시장상인과 주민 의견을 물어 옛 재래시장 부지에 시설물 재건축을 추진했다.

이후 2014년 사업비 97억원을 투입해 지상 2층, 연면적 2773㎡규모 시설을 조성했다.

시장은 말끔한 모습을 갖췄고 상인 휴게 공간과 소비자 편의시설 등을 마련했다.

최근에는 시장 앞 광장에 상설무대를 설치해 문화 공연을 유도하고 있다.

온라인 전자상거래가 활발해지며 오프라인에서는 대형마트도 경영난을 호소하는 시기다. 전통시장이 방문객 편의를 중요시하지 않으면 고객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안전과 재미 중요

삼례시장은 화재 안전망 구축을 위한 자율소방대를 구성하고 있다. 전통시장에서 우려되는 화재 안전관리를 위해 소방당국과 상인들이 힘을 모아 대처하는 것이다.

자율소방대 활동으로 실질적인 화재 예방과 대응 활동을 강화해 안전한 전통시장을 구현하기 위한 조치다.

자율소방대는 통보연락팀, 소화팀, 피난 유도팀, 응급구조팀으로 편성돼 화재 예방과 유사시 화재 초동 대응하는 등 소방대 보조 역할을 수행한다.

지난 1일 전북 완주 삼례시장 앞에서 한 상인이 콩을 털고 있다. 사진=강인 기자
지난 1일 전북 완주 삼례시장 앞에서 한 상인이 콩을 털고 있다. 사진=강인 기자


또 고객의 흥미 유발을 위한 각종 행사도 마련하고 있다. 최근 삼례시장은 야밤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완주군과 소상공인진흥공단 지원으로 진행한 행사는 시장을 알리고 지역 주민과 소통하는 자리 마련을 위해 계획됐다. 가맥 파티와 먹거리장터, 플리마켓, 가수 공연, 경품추첨 등이 이어졌다.

매년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삼례시장은 지난 9월에는 광장조성 사업을 완료해 무대와 아케이드를 설치했고 최근에는 시장가요제를 치르기도 했다.

삼례시장의 명물은 생닭이다. 인근에 있는 익산 등 지역 양계장에서 공수해 온 닭을 가게에서 직접 잡아 손질한다. 현장에서 산닭을 손질해 판매하기 때문에 신선함이 남다르다.

다른 시장에서 닭집은 특유의 냄새 때문에 시장 안쪽에 자리 잡는 경우가 많은데 삼례시장은 초입에 닭집이 있다. 그만큼 유명하다는 방증이다.

닭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하림 본사가 익산에 있는 것을 감안하면 삼례시장의 생닭이 유명한 것을 이해하기 쉽다.

과거 역참 있었던 삼례

삼례읍의 역사는 고려시대로 올라간다. 당시 삼례에는 말을 바꿔 타는 역참이 있었고, 역참을 중심으로 시장이 발달했다.

읍 단위로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호남고속도로 톨게이트 바로 옆에 읍내가 있고, 읍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삼례역이 있다. 전주와 익산, 완주를 잇는 지역으로 시내버스 종점 역할을 할 정도로 위치가 좋다.

전북 완주에 있는 삼례시장(중앙 네모) 위치도. 카카오맵 캡처
전북 완주에 있는 삼례시장(중앙 네모) 위치도. 카카오맵 캡처
조선시대부터 삼례역은 주변 역들을 통괄하는 기능을 했다. 조선시대 간선도로들이 만나는 분기점이고, 전라도 북쪽 관문 기능을 했던 곳이다. 현재 익산역과 익산JC가 전북에서 가지고 있는 위상 비슷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1894년에는 일본 침략에 맞서 동학농민운동 2차 봉기가 시작된 곳이기도 해 역사적 의미가 큰 곳이다.

삼례읍은 완주군 3읍10면 중 하나다. 과거 전주군 지역으로 오백저면이라 불리다 1895년 창덕면이 됐다. 1914년 군면 폐합에 따라 삼례면이라 됐고, 1956년 읍으로 승격된 뒤 1973년 일부 지역을 편입해 현재에 이르렀다.

삼례에서 가장 유명한 공간은 삼례시장과 더불어 삼례문화예술촌이 꼽힌다. 1일제 강점기 시대 호남지방 수탈 아픔이 담긴 역사적 의미를 지닌 곳이다.

옛 삼례역과 군산역을 통해 일본으로 양곡을 반출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대규모 곡물 창고였다.
해방 이후 2010년까지 농협 저장고로 사용되다가 완주군이 일대를 매입한뒤 2013년 미술전시, 공연예술, 문화체험, 교육 공간으로 재창조했다.

1920년대 지어진 양곡 적재를 위한 목조구조 건물 양식과 흔적이 보존되어 있어 예술촌 내부 건축물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됐고, 전라북도 대표관광지로 선정됐다.


각종 전시회와 다채로운 문화 공연, 세미나 개최 등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예술마을이기에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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