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AI시대' 한국 혁신가들, '韓의 100배 가치' 美특허 확보에 주목하라 [수담활론]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04 13:00

수정 2023.11.04 13:00

<연재> '대한민국 혁신가의 특허전략'
(1)편.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미국 특허의 확보
심영택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퍼스트페이스 공동대표
[수담활론(手談闊論)]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글(수담)을 통해 우리사회 곳곳의 이슈들을 파악하고 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편집자 주>

심영택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퍼스트페이스 공동대표
심영택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퍼스트페이스 공동대표
21세기가 인공지능(AI)의 시대라는 주장은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상당히 정확히 예측하는, 아주 중요한 키워드로 생각됩니다. 요즘 인기몰이 하는 챗봇을 보고 있자면, 정말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사는 세상의 패러다임이 크게 변화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필자는 그래도 화학공학과 의공학을 공부하였기에 어느 정도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하는 편입니다. 물론 쓰는 컴퓨터 언어가 70~80년대에 유행하였던 FORTRAN이라는 사투리기는 하지만. 재미있는 점은 인공지능이 등장하였을 때 국내외 특허업계에서 가장 먼저 대두된 질문이 바로 인공지능도 발명가가 될 수 있는 지였습니다. 당시 대한민국 특허청 역시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하야 수천만 원의 외부 용역을 발주하며 국내 학계의 의견을 수렴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그 후 수 년이 지났는데도, 미래 인공지능 시대에 대한민국의 혁신가는 인공지능 발명을 어떻게 해야 하고, 대한민국 변리업계는 인공지능 발명을 어떻게 특허로 보호해야 하며, 대한민국 정부는 어떻게 우리 나라가 인공지능 시대의 지식재산 강국이 되는 지에 대한 진중한 논의를 시작하지는 않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에, 필자는 25년의 특허업계 경험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시대 '대한민국 혁신가의 특허전략'에 대해 총 6회에 걸쳐 연재하고자 합니다.

[1]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미국 특허의 확보
[2] 미국 특허가 제일 중요하기에 매우 중요한 대한민국 특허의 제조
[3] 인공지능 특허의 특허성에 대한 예측
[4] 대한민국 혁신가와 변리업계의 전략
[5] 대한민국 정부, 특히 특허청과 특허법원의 전략
[6] 중국의 인해전술 특허 전략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 표지판. 로이터 뉴스1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 표지판. 로이터 뉴스1

[1]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미국 특허의 확보

동일한 발명에 대한 각국 특허의 가치는 상이합니다.

특허법은 '속지법'입니다. 자기 발명을 특허로 보호하고자 하는 발명가는 보호를 원하는 각 국가의 특허청에 특허를 출원하고 등록시켜야 합니다.

만일 발명가가 자신의 귀중한 발명을 전 세계에서 보호받으려면, 193+ 2개 국가 각각에서 특허를 확보해야 합니다. 물론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195개국 특허 확보에 수반되는 비용은 차치하더라도, 동일한 발명에 대한 각 국가의 특허의 가치가 상이하기 때문입니다.

시장성이 높고, 보호 강도가 높은 국가의 특허를 확보하라

혁신 제조업체가 특허를 확보해야 할 국가의 첫 번째 요건은 큰 시장, 즉 높은 GDP 입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발명을 특허로 보호하고, 특허 기술을 구현한 제품을 제조, 판매하는 혁신 제조업체에게는 어떤 국가의 특허가 가장 중요할까요? 물론 이러한 국가는 자신의 제품이 가장 많이 팔리는 국가일 것입니다.

만일 혁신 제조업체의 제품이 미국에서는 매년 1만 개가 팔리는 반면, 솔로몬 제도 동쪽의 투발루에서는 2개만 팔린다면, 당연히 혁신 제조업체는 미국 특허를 확보하지만, 투발루 특허는 당연히 포기할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모든 조건(각 국가에서의 특허 기술의 기술성, 상업성 등)이 동일할 경우, 혁신 제조업체는 시장이 가장 큰 국가, 즉GDP가 가장 높은 국가에서 특허를 확보하려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혁신 제조업체가 특허를 확보해야 할 국가의 두 번째 요건은 높은 특허 보호 강도입니다.

아무리 시장이 크다 하더라도 해당 국가의 법원이 특허를 보호하지 않는 경우, 혁신 제조업체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수많은 모방업체들이 혁신 제조업체의 제품을 모방하며, 저가, 저질 제품으로 시장을 잠식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조건이 동일할 경우, 혁신 제조업체는 시장이 큰, GDP가 높은 국가는 물론 해당 국가의 법원이 특허를 보호하는 국가에서 특허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고 생각됩니다. 즉 특허 보호 강도가 센 국가의 특허가 바로 혁신 제조업체가 선호하는 특허라고 생각합니다.

특허 확보 전략국가는...美, 유럽, 中, 日

혁신 제조업체가 특허를 확보해야 할 전략적 주요 국가는 미국, 유럽, 중국 및 일본입니다.

그렇다면 혁신 제조업체가 특허를 확보해야 할 전략적 주요 국가는 어디일까요. 우연의 일치라 할 수 있지만, 특허와 무관한 금융 기관들이 특허를 확보해야 할 전략적 주요 국가를 지정해주고 있습니다.

그림 1
그림 1

해외 여행 시 환전하기 위하여 출입하는 은행에 붙어있는 광고입니다. 흥미롭게도 그림 1이 바로 특허를 확보해야 할 전략적 주요 국가들을 설명하는 바, 이들은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및 일본입니다. 즉 이들 국가의 시장이 크고 (즉 GDP가 높고), 동시에 이들 국가가 상대적으로 특허를 강력히 보호한다는 말입니다.

물론 그 중에서도 미국 특허야 말로 가장 중요한 특허입니다. 그 이유는 자명합니다. 이 세상에서 미국 시장이 가장 크고, 미국의 특허 보호 강도가 가장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유럽 시장도 미국 시장만큼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단 EU는 연합 특허를 인정하지 않기에, 혁신 제조업체는 유럽 연합 소속 국가 각각에서 특허를 확보해야 합니다. 현재 유럽 연합의 회원국은 총 40개 국가가 넘으며, 여기에는 영국, 독일, 프랑스 등과 같은 강대국은 물론 리히텐슈타인과 같은 소국도 포함됩니다.

따라서 유럽 특허청이 특허 심사 후 특허 등록을 결정하더라도, 대부분 발명가는 3~5개 정도의 유럽 연합 강대국에서 특허를 등록하는 한편, 리히텐슈타인과 같은 소국에서는 특허를 등록하지 않습니다. 즉 유럽 연합 자체의 시장이 크고, 특허 보호 강도가 어느 정도 세더라도, 대부분의 혁신 제조업체는 시장이 큰 영국, 독일, 프랑스 정도에서 특허를 획득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미국 특허가 여전히 유럽 연합의 특허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일본 역시 시장도 웬만큼 크고 특허도 어느 정도 보호하므로 특허를 확보할 가치가 있는 전략적 주요 국가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더불어 10년 전만 해도 모방의 천국이라 불리던 중국의 경우, 중국 공산당의 강력한, 거국적 특허 보호 정책을 통하여 중국은 미국을 바짝 추격하는 특허 강국으로 발전했습니다. 단, 중국 특허에 대한 논의는 [6]번 주제에서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요약하자면, 혁신 제조업체는 우량 발명에 대한 특허를 미국에서는 확실히 확보해야 하며, 여유가 있다면 유럽 연합의 3~5개국, 중국, 일본 등의 특허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美특허 가치는 韓특허의 최소 12배에서 100배

그렇다면 대한민국 특허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요. 이를 확인해 보기 위하여 동일한 발명에 대한 미국 특허의 가치와 대한민국 특허의 가치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미국의 GDP는 대략 대한민국 GDP의 최소 12배에 달합니다. 따라서 혁신 제조업체가 자신의 특허 기술을 구현한 제품을 국내 시장에서 10개 판매한다면, 미국에서는 동일한 제품을 120개 팔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미국 특허의 가치는 대한민국 특허의 가치의 최소 12배에 달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대한민국 특허의 무효율은 70% 정도인 반면, 미국 특허의 무효율은 약 50% 정도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무효율을 고려한 미국 특허의 가치는 대한민국 특허의 가치의 12×1.4, 즉 17배라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미국 특허침해소송에서 승소한 특허권자가 얻을 수 있는 손해배상금의 중앙값은 대략 500만 달러인 반면, 대한민국 특허침해소송에서 승소한 특허권자가 얻는 손해배상금의 중앙값은 1억 원(환율이 달러당 1000원일 경우, 10만 달러)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손해배상금까지 감안한 미국 특허의 가치는 대한민국 특허의 가치의 17×50, 즉 850배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대략적인 수치에 근거한 비교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위의 수치의 오차를 감안하더라도, 동일한 발명에 대한 미국 특허의 가치가 대한민국 특허의 가치의 최소한 100배는 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허괴물도 美특허 선호

위의 설명은 혁신 제조업체는 물론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 비실시업체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실시업체의 전형적인 예로는 특허괴물이 있으며, 특허괴물이란 특허는 보유하지만, 제품은 생산하지 않고, (선량한) 제조업체를 상대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괘씸한) 기업을 지칭하기 위하여 사용됩니다. 즉 특허괴물이라는 용어는 제조업체들이 소송 당하였을 때 사용하는 약방의 감초 용어입니다.

최근 5년간 삼성이 미국서 피소된 특허분쟁 사건 현황. 자료=한국지식재산보호원
최근 5년간 삼성이 미국서 피소된 특허분쟁 사건 현황. 자료=한국지식재산보호원

하지만 이러한 비실시업체에는 대학교, 연구소는 물론 발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개인 발명가도 포함됩니다. 또한 특허권이 특허권자에게 보장하는 유일한 권리가 금지권인 만큼, 침해 의심업체에 대한 특허권자의 소제기는 특허권자가 보유한 유일한 권리 행사에 해당합니다. 물론 자신이 직접 발명하지 않는 대신 타인의 특허를 매입하여 제조업체를 상대로 상습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소송전문기업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실시업체 전체를 자신은 제품 생산을 외면한 채, (선량한) 제조업체를 상대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괘씸한) 기업이라고 지칭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상 각설하고, 비실시업체 역시 위에서 설명한 전략적 주요 국가의 특허를 선호합니다. 왜냐하면 비실시업체가 미국 특허 대신 투발루의 특허를 보유하면, 비실시업체가 투발루 특허를 이용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설령 시장이 좁은 투발루에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고 승소하더라도, 투발루 국내 시장에서 팔린 침해제품이 극소수에 불과하므로 손해배상금 역시 극히 적을 것이고, 따라서 비실시기업은 자신이 지불하는 법률 비용이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손해배상금을 초과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제조업체를 상대로 침해소송을 제기하고 승소하여 수익을 창출하건, 제조업체에 특허를 라이센싱하여 수익을 창출하건, 비실시업체 역시 실시업체와 마찬가지로 위에서 설명한 전략적 주요 국가의 특허를 선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특허 올인 전략은 위험하다...국익 훼손, 배임 해당 가능성

만일 대한민국의 창업기업이 유례없는 우수한 발명을 착상한 후, 재원이 부족하여 해외 특허를 확보하는 대신 국내 특허만을 확보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요.

국내 창업기업의 기술을 인지한 해외 경쟁업체들은 대한민국 영토 밖에서 자유로이 침해 제품을 생산, 판매,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국내 창업기업은 대한민국 특허를 제외한 어떤 특허도 보유하지 않았으므로, 해외 경쟁업체가 실수로 자신의 침해 제품을 대한민국에 수출하지 않는 한, 국내 창업기업이 해외 경쟁업체의 행위를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할 것입니다.

따라서 국내 특허로만 자기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국내 창업기업의 전략은 우둔한, 멍청한 전략일 수밖에 없습니다.

더불어 국내 창업기업이 국가 연구비를 이용하여 위의 기술을 개발하였다면, 창업기업의 특허 전략은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국익을 훼손하는 전략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만일 국내 창업기업이 투자기관의 투자를 받아 위의 기술을 개발하였다면, 창업기업의 특허 전략은 투자자가 투자한 돈을 낭비하는, 어쩌면 배임에 해당되는 전략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발명이 뛰어날수록, 기술이 우수할수록,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미국 특허는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이 미국 특허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대한민국 특허의 제조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이에 대한 의견은 다음번 '수담활론'을 통해 [2편]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심영택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및 ㈜퍼스트페이스 공동대표

※이 글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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