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페미니스트는 맞아야 하나" '숏컷' 여성들, SNS서 '분노' 메시지 쏟아내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06 10:34

수정 2023.11.06 13:55

'머리 짧으면 페미니스트'…20대男 알바하던 여성 폭행
"왜 맞아야 하나" 여성들 SNS서 ‘숏컷’ 인증샷으로 대응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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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머리카락이 짧으면 페미니스트인가요?" "페미니스트면 맞아야 하나요?"

최근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 여성이 머리카락이 짧다는 이유로 20대 남성으로부터 "페미니스트 아니냐"며 무차별 폭행을 당한 가운데 이에 공분한 여성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여성 숏컷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피해 여성에 대한 연대와 함께, 페미니스트면 맞아야 한다는 남성 주장에 대한 반박 메시지다.

경찰에 따르면 20대 남성 A씨는 지난 4일 새벽 진주시 하대동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중이던 20대 여성 B씨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B씨가 '머리카락이 짧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는 등 폭행했다. 말리려던 50대 손님 C씨도 여러 차례 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가게에 비치돼 있던 의자를 사용해 가격하기도 했다.
A씨의 폭행으로 B씨는 염좌, 인대 손상 등을 입고 귀 부위를 다쳤다. C씨는 어깨와 안면부에 골절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범행 당시 B씨에게 "머리가 짧은 걸 보니 페미니스트"라며 "페미니스트는 좀 맞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페미니스트' 운운하며 여성 폭행한 남성…'숏컷'한 여성들 SNS서 분노 메시지 표출

사건을 접한 여성들은 각종 SNS를 통해 분노의 메시지를 내고 있다. 6일 SNS '엑스'(옛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에는 여성들이 해시태그 '#여성_숏컷_캠페인'을 달고 자신의 짧은 머리카락, 이른바 '숏컷'을 인증하는 게시물들이 올라오고 있다. 여성들은 "머리카락이 짧다고 폭행당할 수 있다는 현실은 말도 안 된다", "머리카락 짧으면 맞아야 하나"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숏컷 캠페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 당시 짧은 헤어스타일을 선보인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가 일부 남성 네티즌들로부터 '페미니스트'라고 비난 받았을 당시에도 해당 캠페인이 일어난 바 있다. 당시 네티즌들은 안 선수에게 "여대에 숏컷. 페미 조건을 갖췄다", "여대 출신 숏컷은 90% 이상 확률로 페미다" 등 말을 쏟아냈다.

이에 신체심리학자 한지영씨는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여성 국대 선수 헤어스타일로 사상 검증이라"고 지적하면서 "우리 여성 선수 선전을 기원하며 #여성_숏컷_캠페인 어떤가요. 바야흐로 숏컷 하기 좋은 계절"이라고 숏컷 캠페인을 제안하고 나섰다.

배우 구혜선은 인스타그램에 "숏컷은 자유^^"라는 글과 함께 짧은 머리를 한 채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올리며 캠페인에 동참했다. KBS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김경란도 자신의 숏컷 사진을 올리며 "너무 열이 받아서 올려본다. 숏컷이 왜?"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페미니스트는 죽어 마땅하다" BBC '여성에 대한 피해의식' 보도

영국 BBC 방송은 당시 안산 선수의 숏컷 논란과 관련 "한국 여성들의 '숏컷'은 사회적 변화를 열망하는 움직임"이라는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BBC는 '한국 여성들은 왜 숏컷을 주장하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짧은 머리를 한 안산 선수가 '페미니스트'로 낙인찍혀 온라인에서 무차별 공격을 받았으며, 이를 옹호하는 '숏컷 캠페인'이 한국 여성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숏컷 논란이 한국 젊은 남성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촉발된다며 동기가 '여성에 대한 피해의식'이라고 주장했다. 남성들의 단적인 사례로 BBC는 한 네티즌이 올린 글을 소개하기도 했다. 게시물에는 "금메달을 따서 좋지만, 머리가 짧아 페미니스트 같다.
페미니스트라면 지지를 철회한다. 모든 페미니스트는 죽어 마땅하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한편 경찰은 특수상해 및 재물손괴 혐의로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전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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