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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손잡은 하마스...갈수록 커지는 '저항의 축'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07 06:00

수정 2023.11.07 06:00

北, 러시아까지 팔레스타인 사태 개입 의혹
"北, 러시아, 이란 모두 하마스 지원 세력" 反美 그룹 결집
이란 중심으로 동서 反美 국가들 뭉쳐 '저항의 축' 커지나
지난 6월 30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열린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기 전시회 가운데 현지 관람객이 기관총을 들고 있다.AP뉴시스
지난 6월 30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열린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기 전시회 가운데 현지 관람객이 기관총을 들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과거 미국과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모임이었던 '저항의 축'이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와 올해 가자지구 전쟁으로 인해 점차 커지고 있다.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반군 등 이란을 중심으로 모인 이들은 러시아와 북한까지 포섭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반(反)미 활동에 나설 전망이다.

北·러와 손잡는 하마스...동맹 확장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5일(이하 현지시간) 하마스의 고위 간부로 알려진 알리 바라케의 인터뷰를 전하며 러시아와 북한이 하마스와 밀착했다고 전했다.

레바논에 머물고 있는 바라케는 지난 2일 레바논 매체와 인터뷰에서 북한 역시 하마스 동맹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언젠가 미국을 공격할 수 있다며 “그 날이 올 수 있다. 왜냐하면 결국 동맹의 일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미국의 모든 적, 또는 미국이 적대감을 보인 나라들이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라케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등을 언급하며 하마스의 핵심 지원 국가인 이란에게 미국 본토를 공격할 역량이 없지만, 북한은 그럴 역량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 외에도 “오늘날 러시아는 우리와 일간 단위로 접촉한다”며 “중국도 카타르에 사절을 보냈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는 하마스 지도부와 만났다. 하마스 대표단이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했으며 곧 중국 베이징도 방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그는 5일 미 NBC방송과 화상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충돌하는 현재 상황을 언급했다. 젤렌스키는 "나는 러시아와 이란이 배후에서 하마스를 지원한다고 장담한다"며 "북한 또한 (하마스 지원 세력에)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자지구에서 얼마나 많은 북한 탄약이 나왔는지 봤을 것이다. 이건 확실하게 진실이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일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이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에 단거리 대공 장비를 제공하려 한다며 러시아 정부가 배후라고 의심했다. 현재 헤즈볼라는 하마스를 지원하며 이스라엘 북부에서 무력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지난달 17일 발표에서 북한과 하마스 사이에 무기거래 및 훈련, 전술 교리 부문에서 연계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하마스가 사용하는 대전차 무기인 'F-7'에 대해 북한이 'RPG-7' 휴대용 로켓포를 수출할 때 붙이는 명칭이라고 지적했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국기를 든 아이(오른쪽 첫번째)와 이란 국기를 든 아이가 미국 성조기를 밟고 있다.AFP연합뉴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국기를 든 아이(오른쪽 첫번째)와 이란 국기를 든 아이가 미국 성조기를 밟고 있다.AFP연합뉴스

이란 중심으로 동서 반미세력 집결
하마스가 북한의 지원을 받는 과정에는 이란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1979년 혁명으로 들어선 이란의 이슬람 정부는 헤즈볼라와 하마스를 지원하며 중동 정세에 관여했다.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같은 시아파 계열의 시리아 정부군과 예멘 후티 반군 역시 지원했으며 이란을 중심으로 뭉친 중동 세력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서는 '저항의 축'을 자처하고 있다. 해당 단어는 과거 2002년 미국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악의 축'을 언급하자 이에 반발한 중동 매체에서 탄생한 용어다.

북한은 1980년대 이란과 이라크의 전쟁이 터지자 이란 편에 서서 무기를 공급했고 이들은 이후 지속적인 미사일 기술 교류로 밀착했다. 북한은 이란을 매개로 하마스와 헤즈볼라에 접촉하여 무기 및 훈련을 공급했으며 땅굴 기술도 전수했다고 알려졌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지난달 26일 발표에서 하마스가 지난달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할 당시 사용한 무기 중 이란과 북한산 무기가 각각 10%였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중동 반미 세력과 밀착하는 배경에도 이란이 있다.

러시아는 지난 2015년 시리아 내전에서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 정부군 편으로 참전하여 미국의 지원을 받은 반군을 공격, 이란과 밀착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우크라 침공 이후 같은 반미 진영인 이란에게서 무인기(드론)를 대거 수입하면서 외교적 고립을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 WSJ는 관련 전문가들을 인용해 러시아가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에게 대공 장비를 주는 이유에 대해 그동안 러시아를 지지해준 이란에 대한 보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모든 중동 국가들이 저항의 축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이슬람 수니파의 종주국이자 이란과 원수지간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흐만 빈 모사드 왕자는 4일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정면으로 비난했다.

나스랄라는 전날 연설에서 하마스를 옹호하며 이스라엘과 미국을 위협했다.
사우디 알아랍뉴스에 따르면 모사드는 "저항의 축이 커다란 거짓말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헤즈볼라가 가진 10만개의 미사일과 막대한 무기들은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지지하는 것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소위 저항의 축이라는 세력은 수년간 중동에서 이란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팔레스타인 문제를 이용해 왔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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