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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기업들, 중국서 발 뺀다...6분기 연속 이윤 본국 송금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07 05:50

수정 2023.11.07 05:53

[파이낸셜뉴스]
중국 경제에 열광했던 외국 기업들이 미중 긴장 고조 속에 중국내 이윤을 재투자하는 대신 1년 넘게 본국으로 송금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6일 중국 북동부 헤이룽장성 하얼빈에 폭설이 내려 차량들이 거북이 운행을 하고 있다. EPA신화연합
중국 경제에 열광했던 외국 기업들이 미중 긴장 고조 속에 중국내 이윤을 재투자하는 대신 1년 넘게 본국으로 송금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6일 중국 북동부 헤이룽장성 하얼빈에 폭설이 내려 차량들이 거북이 운행을 하고 있다. EPA신화연합


외국업체들이 중국 투자에 대해 관점을 달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전에는 중국에서 벌어들인 돈을 중국 현지에 재투자해왔지만 최근들어 이익은 곧바로 본국으로 송금하고 있다.


지금까지 1600억달러(약 207조8400억원)를 환수했다.

외국 기업들이 서서히 중국에서 발을 빼거나 중국 비중 축소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FDI, 25년 만에 마이너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이하 현지시간) 중국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로 중국에서 벌어들인 이윤은 중국내 고용과 투자에 곧바로 투입하던 외국 업체들이 지금은 미국과 중국 갈등 고조 속에 이윤을 본국으로 송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3·4분기에도 외국 업체들은 이윤을 본국으로 송금했다. 6분기 연속 송금이다.

본국 송금 규모는 이로써 1600억달러를 넘겼다.

외국인들에게 중국이 예전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재투자가 급격히 줄면서 3·4분기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5년 만에 처음이다.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압력은 고조되고 있다.

위안은 올들어 미국 달러에 대해 5.7% 가치가 하락했다. 9월에는 10여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기도 했다.

돈, 왜 빠져나가나

외국기업들이 이익을 재투자하지 않고 환수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금리 격차다.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이 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돈을 중국에 묶어 두는 대신 서방에 보관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졌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유럽중앙은행(ECB), 영국은행(BOE) 등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중국은 부동산 시장 붕괴에 맞서 금리를 내리고 있다.

이보다 더 큰 배경은 중국 경제 둔화와 지정학적 긴장 고조다.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과 중국간 긴장 고조로 중국에 진출했던 서방 기업들은 중국 의존적인 공급망에 대해 재고하고 있고, 중국 노출 비중도 축소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서방과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국에 의존하는 공급망이 언제든 닫힐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고, 중국내 애국 마케팅 등이 서방 기업들에 부담이 되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의 자산운용사 유니온뱅카프리베(Union Bancaire Prive) 외환전략 책임자 피터 킨셀라는 "기업들이 중국 리스크 축소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달라진 기류


중국 통계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 중반까지 외국 기업들은 단 2분기만 빼고는 중국에서 본국으로 송금한 것보다 중국에 투자한 규모가 더 컸다.

2021년에는 재투자 순규모가 1700억달러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같은 흐름은 지난해 중반 역전됐다.

중국이 간헐적인 봉쇄에 나서고, 미 연준이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매 분기 자금이 꾸준히 외국으로 빠져나갔다.

전세계 자본 흐름을 추적하는 자료제공 업체 엑산티데이터(Exante Data) 선임 거시전략가 알렉스 에트라는 외국 기업들의 이윤 본국 송환은 자본 이탈, 탈중국화의 신호탄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애트라는 "이것이 미래 투자의향에 대한 동굴 속 카나리아가 될 수 있겠느냐?"고 자문한 뒤 "아마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에서 활동하는 미, 유럽,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대만을 둘러싼 양안갈등, 외국 기업들에 대한 중국의 규제·감시 강화 여파 속에 각 기업이 중국에 대한 신규투자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금융자본도 빠져나가고 있다.


시장자료 제공업체 윈드에 따르면 8~10월 외국인들은 홍콩과 상하이, 선전 증시간 거래를 통해 위안화 표시 주식 230억달러어치 이상을 매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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