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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원지간 중국·호주, 관계 정상화 '시동'..관세·CPTPP '만지작'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07 12:08

수정 2023.11.07 12:08

- 中·호주, 상호 이익과 협력에 공감대
- 틀어진 관계, 6년 만에 공식적인 '훈풍'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앨버니지 총리는 호주 총리로는 7년 만에 베이징을 찾아 시 주석과 양국 현안과 역내 및 글로벌 이슈 등을 논의했다. 사진=신화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앨버니지 총리는 호주 총리로는 7년 만에 베이징을 찾아 시 주석과 양국 현안과 역내 및 글로벌 이슈 등을 논의했다. 사진=신화 연합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수년 동안 견원지간으로 ‘으르렁’ 거리던 중국과 호주가 관계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 중국은 호주에게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희망 의사를 전달했고, 호주는 중국에 자국산 덤핑 관세의 철폐를 요구하며, 상호 이익을 강조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동맹국들이 잇따라 중국과 관계 회복에 나서는 모양새다.

상호 이익과 협력 공감대, 中·호주

7일 중국 외교부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전날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이런 내용을 포함한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중국과 호주 관계는 올바른 개선과 발전의 길로 들어섰다”면서 “양국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공동 이익에서 출발해 상호 협력하고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과 호주는 평화적 공존 속 상호 이해와 신뢰를 증진하고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면서 “기후변화, 녹색경제 등 신흥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며 글로벌 및 지역 자유무역 시스템을 유지하고 양국 기업을 위한 더 나은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중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배타적인 소집단, 집단 정치, 진영 대결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소집단 세계가 직면한 큰 도전을 해결할 수 없다”는 언급도 했다.

중국은 성명이나 회담에서 미국의 동맹국 결집을 겨냥할 때 주로 소집단과 같은 단어를 사용한다. 또 미국이 디커플링으로 진영 대결을 부추겨 왔다고 비판해왔었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 “호주와 함께 더 많은 3자와 다자 협력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피력했다. 명시적으로 거론하진 않았지만 중국이 희망하는 CPTPP 가입과 호주의 지지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앨버니지 총리는 이에 대해 “중국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이며 지속 가능한 발전은 호주와 세계에 많은 이익을 가져다줬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주장했다.

아울러 “양측은 상호 존중하고 이익을 보장하며 소통과 교류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중국 인민도 발전할 권리가 있으며 중국 경제 전망에 대해 항상 긍정적이고 낙관적”이라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앨버니지 총리가 “호주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고수하고 양국 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경제·무역 교류를 긴밀히 이어가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했다고 부연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회담 후 기자회견을 갖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동 등 세계의 분쟁 △미국과 중국 간 가드레일(안전장치)과 군사적 협력 △중국의 호주산 관세 와인(218% 덤핑 관세) △간첩 혐의로 중국에 구금 중인 중국계 호주 작가 양헝쥔의 석방 문제 등에 대한 의제가 제기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시 주석이 CPTPP에 가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면서 “다만 호주의 지지를 명시적으로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6일 중국 베이징의 천단공원을 방문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AP 뉴시스화상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6일 중국 베이징의 천단공원을 방문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AP 뉴시스화상

틀어진 관계, 6년만에 '훈풍'

호주 총리의 중국 방문은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호주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즈음부터 중국과 관계가 틀어졌다. 호주는 2018년 미국의 요청에 발맞춰 5세대 이동통신(5G) 사업에서 중국 화웨이 참여를 배제하고, 2020년 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한 국제 조사 지지를 촉구했다. 2021년엔 중국을 견제하려던 미국, 영국과 함께 인도·태평양 지역 3자 안보 파트너십인 오커스를 결성하기도 했다.

반면 중국은 호주산 와인과 소고기, 보리, 석탄 등 10여 개 제품에 고율 관세를 물리는 방법으로 맞불을 놓으며 보복했다. 관세는 한동안 호주에 200억호주달러(약 17조원) 이상의 손실을 입혔다.

호주·중국 관계 개선은 미국·중국의 소통·대화 시도와 시기가 유사하다. 띠라서 호주가 미국의 동맹국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과 보폭을 같이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은 오는 11~1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릴 예정인 APEC 정상회담 성공 개최를 중국에 화해의 손길을 지속적으로 내밀고 있다.

또 호주는 가장 큰 교역 파트너인 중국과의 무역 장벽을 완전히 해소시킬 수 기대도 가능하다. 중국 입장에선 미국과 함께 호주까지 관계가 회복되면 대중국 포위망이 한층 느슨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말레이시아 싱크탱크인 신포용아시아센터 고킹키 소장은 전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의 거대한 소비시장에 대한 대안은 없으며, 중산층이 증가하는 것을 감안하면 수입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와인, 쇠고기, 해산물을 포함한 많은 호주 상품들이 중국 시장에 의존해왔다”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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