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생일선물로 5천원 왜 안주냐"..친구 폭행하고 영상 유포한 고교생들, 피해자는 숨졌다

임우섭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10 09:30

수정 2023.11.10 09:30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5000원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갑내기 친구를 폭행하고, 해당 장면을 촬영·유포해 죽음으로 내몬 고교생들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생일건물 거부하자 놀이터로 불러내 폭행

지난 9일 제주지법 형사합의2부(재판장 진재경)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10대 A군에 대해 장기 1년 6개월, 단기 1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B군에게는 장기 1년 2개월·단기 10개월, C군에게는 장기 1년 8개월에 단기 1년 2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사건은 2021년 10월경에 시작됐다. A군과 D군은 서로 아는 사이이며, B군과 C군도 이들과 같은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앞서 A군은 D군에게 생일 축하 명목으로 5000원을 보냈다고 한다.
A군은 자신의 생일이 되자 D군에게 5000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D군은 A군의 요구를 거절했다. 이에 화가 난 A군은 D군에게 같은 달 14일 오전 지역 내 한 놀이터에서 싸우자고 도발했고, D군이 오자 그 자리에서 수차례 폭행했다.

친구 2명은 폭행 장면 촬영해 유포... 피해자 결국 극단선택

A군이 D군을 폭행할 때 옆에 있던 B군이 그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 C군은 A군에게 "싸워서라도 돈을 받아내라"라며 싸움을 부추겼고, D군에게 돈을 보내라며 동영상을 타인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싸움이 끝난 뒤 D군은 동영상을 유포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지만, A군과 나머지 친구들은 해당 영상을 다른 사람에게 전송했다. D군은 결국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해당 사건을 접한 검찰은 A군과 B군, C군에 대해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폭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파기환송심서 "폭행 사실보다 영상 유포가 수치심·모멸감 컸을 것"

1심 재판부는 A군과 B군에게 각각 장기 2년·단기 1년 6개월, C군에게 장기 2년 6개월에 단기 2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군 등이 유족에게 공탁하고 명예훼손 혐의 중 일부 범행이 공소장 변경으로 철회된 점 등을 고려해 일부 감형했다.

이에 A군에게 장기 1년 6개월·단기 1년, B군에게 장기 1년 2개월·단기 10개월, C군에게 장기 2년에 단기 1년 8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들에 대한 공동폭행이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지난해 8월 말 원심 판결을 파기해 사건을 제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검찰은 파기환송심에서 공소장을 변경해 B군에 대해서는 폭행방조 혐의를, C군에 대해서는 폭행교사 혐의를 적용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A군에 대해 장기 1년 6개월·단기 1년, B군에게는 장기 1년 2개월·단기 10개월, C군에게는 장기 1년 8개월에 단기 1년 2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폭행 당했다는 사실보다는 자신이 폭행 당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유포된 데 대한 수치심과 모멸감이 컸을 것"이라며 "이 사건 범행은 우발적인 다툼이 아닌 매우 잔인한 방법으로 피해자에게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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