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전고체 전지 키 ‘저압 구동’ 원리 밝혀졌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12 12:00

수정 2023.11.12 18:16

KIST 정훈기 박사팀
전지 내부 열화 발생 최초로 확인
외부장치 제거, 경제성 확보 기대
국제학술지 표지논문 선정되기도
KIST 정훈기 박사팀의 전고체 전지 분석 결과가 에너지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스' 표지논문에 선정됐다. KIST 제공
KIST 정훈기 박사팀의 전고체 전지 분석 결과가 에너지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스' 표지논문에 선정됐다. KIST 제공

국내 연구진이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전지 상용화의 열쇠가 될 '저압 구동' 원리를 찾아냈다. 전고체 전지는 리튬이온전지를 대체할 차세대 이차전지이지만 사용할수록 부피가 커지고 성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12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따르면 KIST 에너지저장연구센터 정훈기 박사팀은 전고체 전지의 고체 전해질에서 나온 황이 양극의 균열에 침투해 성능이 떨어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는 기존 연구와 달리 전고체 전지의 양극 부품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도 열화가 발생할 수 있음을 최초로 확인해 저압 환경에서도 전고체 전지가 안정적으로 구동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정 박사는 "일반 리튬이온 전지도 이런 현상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전고체 전지에서 일어나는 실험은 없었는데, 이번에 실험을 해보니 그 현상이 더 심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전고체 전지의 성능 저하 원인을 밝혀냄으로써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된 것이다. 이를 해결할 경우, 그간 전고체 전지의 생산비용 상승의 주요 원인이었던 외부 보조장치를 제거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개발된 전고체 전지는 성능저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높은 압력을 유지하는 장치를 추가해야 했다. 이는 배터리의 부피와 생산공정이 늘면서 생산가격이 상승해 상용화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연구진은 황이 섞인 동전형 전고체 전지를 0.3MPa 수준의 저압 환경에서 반복 사용하면서 살펴봤다. 50회 충·방전을 시행한 결과, 니켈-코발트-망간(NCM) 양극층 부피가 2배에 가까운 178%로 팽창됐다. 또 내부 단면은 양극 소재와 고체 전해질 사이에 심한 균열이 발생했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을 통해 저압 구동에서 열화의 원인이 전해질과 양극 접촉 외에도 양극의 내부 균열 등 상변화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또, 고체 전해질에 존재하는 리튬과 구분하기 위해 양극의 리튬을 동위원소(6Li)로 대체한 후 양극 내 리튬 소모가 셀 전체 용량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까지 최초로 확인했다. 충·방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고체 전해질에서 나온 황이 양극 내부 균열에 비집고 들어가 전기가 통하지 않는 황화리튬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는 활성 리튬이온을 고갈시킴으로써 전고체 전지의 용량을 감소시켰다.

정 박사는 "전고체 전지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현재의 가압 환경이 아닌 무가압 또는 저압 환경에서 구동할 수 있는 새로운 양극 및 음극 소재의 개발이 필수적"이라며, "저압 구동형 전고체 전지를 전기자동차와 같은 중대형 응용 분야에 적용 시 기존의 리튬이온전지 제조시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진은 전고체 전지의 성능 저하 원인을 에너지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스(Advanced Energy Materials)'에 발표했으며, 최신호 표지논문(Front cover)에 선정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