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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희의 스토리 수첩] 한국문학에서 노벨상 안 나오는 이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12 19:07

수정 2023.11.12 19:07

한국문화 세계시장 돌풍
주옥같은 문학 작품들도
‘언어의 장벽’ 뛰어넘어야
[이가희의 스토리 수첩] 한국문학에서 노벨상 안 나오는 이유

세계가 한국의 문화를 즐기고 있다. 특히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돌풍을 일으킨다는 보도를 접한 적은 많지만 직접 피부로 느껴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필자가 이탈리아 사돈과 암스테르담에 가족여행 갔을 때다. 주로 박물관과 미술관을 봤다. 투어를 마치고 저녁에는 거실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 아내와 며느리를 두어서인지 그들은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잘 알고 있었다.


가장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영화로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을 꼽았다. 그중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윷놀이가 흥미로웠나 보다. 영화는 참가자들이 게임을 통과하지 못하면 죽음을 맞는다. 윷놀이 결과에 따라 특정 숫자가 나오면 참가자가 제거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영화의 스토리와 장르적인 요소지만 원래 윷놀이는 전통적 보드게임으로서 즐거움과 경쟁을 위한 것으로, 이겨도 져도 즐거운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다른 문화와 다른 언어로 우리가 만났기 때문일까. 한국 장인 장모를 둔 사위는 함께 할 놀이로 윷놀이를 생각한 모양이다. 어디에서 윷과 윷놀이판도 구해오고 그 나름대로 게임의 규칙도 대충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설픈 영어 실력으로 전통적 방식의 윷놀이 게임 규칙을 설명하니 금세 알아차렸다. 그날 밤은 정겨운 우리들의 추석 명절에 볼 수 있었던 그런 풍경이 암스테르담 밤하늘 아래에서 벌어졌다. 쫓고 쫓기는 '말'을 잡아먹고, 잡히지 않으려 꾀를 쓰는 모습은 인종과 언어와 문화를 넘어 웃음꽃이 활짝 피어나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필자의 딸은 '오징어 게임'을 볼 때 이해되지 않는 자막들이 나와서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미국식 감정표현으로 일부러라도 자막에 눈길을 주어가며 이해하려 해도 어떨 때는 "이게 뭐지?" "왜?"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는 것이다. 귀로 들리는 한국말과 영어의 자막이 생뚱맞다는 것이다. 번역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두 편의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절실하게 깨달았다고 한다.

문제는 그 나라의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한 경우 번역은 전달의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자막이 번역이기 때문에 낯선 언어를 낯익은 언어로 옮기는 번역은 중요한 위치에 있다. 직역과 의역이라는 양 갈래의 난제에서 방황하게 될 때 우리는 직역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문장이나 표현을 각기 다른 문화 정서적 일치감에 접근시키는 일이라 하겠다.

이제 번역이 영화, 드라마로 그쳐서는 안 된다. 때를 맞춰 한국 문학도 세계화에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K컬처가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한국 문학만 뒷짐을 지고 있을 수 없다. 일부 다른 시각에서는 한국 문학에서 노벨문학상이 아직도 나오지 않는 이유를 번역에서 찾는 사람도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주옥같은 한국의 문학들을 외국인들이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번역자의 문학적 직관을 통해서 얼마든지 접근이 가능한 일이다. 단순히 의역이나 대화와 다른 것을 의미한다.

번역문화원 원장을 지냈던 김성곤 교수의 말이 생각난다.

"지금까지의 번역이 '언어에서 언어로의 번역'이었다면 이제는 '문화에서 문화로의 번역', 즉 문화 번역입니다. 언어를 그대로 번역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이 문장이나 표현이 현지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라고 했다. 문학은 번역의 힘을 빌리면 언어의 장벽을 넘을 수 있다고 한다. 번역은 그 나라의 문화, 역사, 사상, 철학, 종교까지도 전달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은 세계 경제 10대국의 반열에 서고 더 주목받는 위상을 갖게 될 것이다. 전 세계로 퍼져 나갈 한국 문학이 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정서와 문화에 맞는 표현으로 잘 번역하는 것이 첫 번째로 중요한 문제다.
지금이 올바른 번역으로 한국 문학을 세계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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