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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노봉법·방송법 尹대통령 거부권 놓고 격돌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13 16:34

수정 2023.11.13 16:34

발언하는 김기현 대표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13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기현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2023.11.13 hama@yna.co.kr (끝)
발언하는 김기현 대표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13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기현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2023.11.13 hama@yna.co.kr (끝)

[파이낸셜뉴스] 여야가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두고 격돌했다. 여당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공식 요청했다. 반면, 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과거 독재정부와 다를 바 없다며 국회의 입법권 존중을 요구했다.

여야의 상반된 견해에 윤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여야의 합의 없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따라서 이번에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13일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공식적으로 건의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어렵고 고된 길이라도 국가의 미래를 위하는 일에는 좌고우면 하지 않았다"며 "국민과 나라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줄 것을 건의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을 귀족노조의 불법파업 면죄부로 규정했다. 김 대표는 "거대 귀족노조의 불법행위에 무작정 관대했던 지난 정권 책임자들이 그동안 파업을 잠시나마 고민하게 했던 최소한의 제어 장치마저도 없애버리겠다고 나섰다"며 "거대 귀족노조의 불법파업 프리패스를 갖다 바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송3법 역시 더불어민주당에 편향적인 방송 환경을 만들기 위한 꼼수로 평가했다. 김 대표는 "민주당은 자당에 일방적이고 편향적인 방송 환경을 누리기 위해 민주노총의 노영방송 영구화 법안을 날치기 처리하기까지 했다"며 "회복되고 있는 경제 숨통을 끊어놓을 노란봉투법과, 공영방송이 민주당의 사내 방송이 되는 방송3법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오는 17일까지 온라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진행해 대응할 예정이다. 당초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면 필리버스터로 시간을 끌 계획이었으나 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보고하면서 필리버스터를 철회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우리 당이 입법 폭주에 대항해 국민께 드리고자 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의 부당함을 온라인을 통해 전달할 것"이라며 "(당초) 준비한 60여명이 모두 참여해서 진정성과 핵심 내용을 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언하는 이재명 대표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2023.11.13 xyz@yna.co.kr (끝)
발언하는 이재명 대표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2023.11.13 xyz@yna.co.kr (끝)

민주당은 앞서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을 겨냥해 이번에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민의 매서운 심판 앞에서는 달라지겠다고 말해놓고 뒤에서는 거부권을 행사하는 말 따로 행동 따로 정치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며 "민심도 거부하고, 국민도 거부하고, 국회도 거부하고, 거부권도 남발하고, 청문보고서 채택도 안 된 인사들을 마구 임명하는 거부 정치를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방송3법의 경우 윤석열 정권의 언론자유를 회복할 마지막 기회로 규정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이제 와 방송3법 입법을 거부하면 언론 자유 신봉자라고 주장하며 언론 통폐합과 숙청에 나섰던 과거 독재 정부와 다를 것이 없을 것"이라며 "언론 탄압 정권 혹은 거부 정권, 말 따로 행동 따로 정권 같은 오명을 씻으려면 방송3법을 즉각 수용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아직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이날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을 비롯해 경제계에서 해당 법안들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연일 요청하면서 윤 대통령이 절차를 거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실제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이 야당 단독으로 국회 문턱을 넘었던 당시에도 윤 대통령은 각계에서 쏟아지는 해당 법안들의 우려와 정치권의 요청에 따라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관련 법안이 아직 정부에 넘어오지 않았다"면서 "기본 원칙도 있고 해당부처 의견과 관련단체 의견을 잘 수렴해서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게 만든 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의 철회를 수용한 수용한 김진표 국회의장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아울러 정기국회 내 탄핵안 재발의 금지 가처분 신청도 동시에 제출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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