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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붙은 서민지갑, ‘금융 노마드’ 시대 왔다[고물가·고금리 시대의 그늘]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13 15:39

수정 2023.11.14 10:02

예금 금리 4% 뛰자 정기예금↑
열흘 만에 10조원 넘게 증가해
공시이율 낮은 저축성보험 '외면'
"금투세 시행 전 '절세 통장' 만들어야"
/사진=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치솟은 금리에 ‘금융 노마드’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공시이율이 2% 후반에 머물고 있는 저축성보험 대신 4%대로 뛴 예금에 대기 자금을 빠르게 옮기고 있다. 대환대출 인프라를 이용해 0.1%p라도 낮은 대출로 갈아타기 위한 움직임도 이어지는 가운데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절세 계좌에 관심을 쏟는 사회초년생도 부쩍 늘었다.

■4% 예금에 쏠리는 눈...2금융권 대환대출도 활발

5대 은행 정기예금 금리·잔액 및 수시입출금 규모 추이
정기예금 수시입출금
금리 잔액 잔액
9월 연 3.4~3.8% 842조2908억원 608조1349억원
11월(10일 기준) 연 3.95~4.05% 866조1940억원 576조6923억원
(각 사)

1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대표 정기예금(1년 만기) 상품의 금리는 지난 9월 최저 연 3.4%에서 이날 3.95%까지 상승했다. 특히 5개 은행 중 국민은행을 제외한 4곳의 최고 금리가 4.05%를 기록하며 4%대를 상회했다.

이에 정기예금 잔액은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 10일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866조1940억원으로 전월 말(855조9742억원)에 비해 10조2198억원 늘어났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예금금리 인상에 힘입어 지난달 13조6835억원 증가하며 올 들어 가장 빠르게 증가했는데, 이달에는 열흘 만에 지난달 증가폭을 75%가량 따라잡은 것이다.

정기예금 잔액이 빠르게 늘면서 입금과 출금이 자유로워 대기 자금이 모이는 수시입출금 잔액은 줄어들고 있다. 5대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 10일 기준 576조6923억원으로 지난달 말(598조1254억원)보다 21조4331억원 줄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투자 관망세가 지속되면서 잔액이 623조8731억원에 달했으나 최근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이자를 낮추기 위해 대출을 갈아타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중저신용자 비중이 높은 2금융권 소비자들의 대환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 10일 기준 전체 대출이동 중 제2금융권 금융소비자의 대출이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22.1%로 집계됐다. 지난 6월 1일(9.3%)과 비교하면 5개월 새 비중이 2배 넘게 증가했다.

■공시이율 ‘2% 후반’에 그쳐...저축성보험 인기 ‘시들’

생보업계 저축성보험 해지환급금 추이
2022.6월 말 2023.6월 말
9조7767억원 12조8975억원
(금융감독원)

반면 연금보험·저축보험 등 저축성보험의 인기는 점차 떨어지고 있다. 보험사 공시이율이 높아지는 시중금리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급전을 마련하거나 정기예금 등 더 높은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으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많아지며 보험 해약도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2개 생명보험사의 저축성보험 해지환급금(일반계정 기준)은 지난 6월말 12조8975억원으로 전년 동월(9조7767억원) 대비 3조1208억원 늘었다. 일정 기간 보험료를 내지 않아 계약이 해지됐을 시 보험사가 받았던 보험료 일부를 고객에게 돌려주는 금액인 효력상실환급금도 지난 8월 말 기준 1조944억원으로 3년 만에 1조원을 뛰어넘었다.

이는 저축성보험의 공시율이 시장금리에 연동되지 않아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보험사들의 저축성보험 공시율은 평균 2% 후반~3% 초반이다. 통상 저축성보험에 적용되는 보험사 공시이율은 판매 당시 계약에 적용된 약관에 입각해 책정돼 금리에 따라 움직일 수 없다.

보험업계는 이전에 가입해둔 저축성보험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으로 다이렉트 채널에서 저축성 보험을 가입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상품 구조가 동일하더라도 판매 중개인이 없을 경우 수수료를 최소화해 적립률을 제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관리 위해서는 ‘ISA·연금저축·IRP’ 활용해야
오는 2025년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세를 줄이기 위한 각종 노하우도 공유되고 있다. 이른바 '절세 통장 삼총사'를 활용해 주식 매매 차익에 붙는 세금을 줄이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금투세 도입 이전에 절세 통장 한도를 최대한 확보하라고 말했다. 이희수 신한은행 여의도센터 PB팀장은 "절세 통장으로 알려진 3가지 상품의 특성이 각기 다르다"며 "투자자 개인에 맞춰 상품을 선택하고, 납입 한도는 최대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절세 통장' 상품인 △ISA △연금저축 △IRP 등은 각각 과세 방식이 다르다. ISA는 1년에 2000만원씩 최대 5년 간 1억 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1년 납입 한도를 채우지 못했다면, 5년 내 합산 납입할 수 있다. 올해 계좌만 개설한 뒤 납입하지 않았다면 2025년에 6000만원을 한 번에 납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ISA는 일반형기준 200만원까지 비과세이고, 초과분은 9.9%세율로 분리과세 혜택을 받는다.

세액공제 한도도 IRP는 기존 7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연금저축은 4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각각 확대됐다. IRP에서 발생한 수익에 대한 세금은 인출시점까지 납부 연기된다.
조현수 우리은행 TCE강남센터 지점장은 "연금으로 받을 때 연금소득세를 내야 하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예금을 가입했다가 만기가 되고 수령하면 15.4%를 내는데 IRP는 연령에 따라서 세율이 3.3~5.5%에 불과하다"며 "사회초년생이면 가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박문수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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