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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홍보업체, '가짜 언론사' 38개로 '친중·반미' 뉴스 뿌려…여론교란 시도

뉴스1

입력 2023.11.13 15:52

수정 2023.11.13 15:52

중국 언론홍보업체 Haimai가 만든 위장 국내 언론사 웹사이트.(국정원 제공)
중국 언론홍보업체 Haimai가 만든 위장 국내 언론사 웹사이트.(국정원 제공)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중국의 언론홍보업체가 국내 언론사로 위장한 '가짜 뉴스' 유포기지를 인터넷 홈페이지로 만들어 친중(親中)·반미(反美) 콘텐츠를 유포하는 등 국내 여론의 교란을 시도했던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중국의 언론사 위장 웹사이트를 악용한 영향력 활동'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해 중국의 언론홍보업체 2곳이 국내 언론사로 위장한 웹사이트 38개를 개설해 기사 형식의 콘텐츠를 국내에 무단 유포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에 따르면 'Haimai'와 'Haixun'라는 이름의 홍보업체는 그간 자사가 다양한 국가에서 언론사 대상 홍보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할 수 있다고 홍보해 왔다.

하지만 두 회사가 언급한 한국 언론사는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는 '가짜 언론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정상적인 국내 언론사로 위장하기 위해 △언론사명 및 도메인을 실제 지역 언론사와 유사하게 제작하고 △국내 언론사 기사를 무단 게재하며 △한국디지털뉴스협회 회원사인 것처럼 사칭한 것으로 파악됐다.

Haimai의 경우 보도자료 배포에 타임즈 뉴스와이어 플랫폼을 활용하며 자제 체작한 한국 언론사 위장 웹사이트 18개를 활용해 출처를 알 수 없는 정치·사회적 콘텐츠를 유표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언론사의 기사도 무단으로 게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Haimai는 포털사인 네이버와 한국 지역 언론사에도 보도자료 배포가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이들이 언급한 언론사는 '서울프레스', '충청타임스', '부천테크', '부산온라인', '한국경제타임스', '대구저널' 등 실존하지 않거나 실제 언론사와 이름이 유사한 가짜 언론사들로, 모두 동일한 IP에서 운영되고 있었다.

가짜 언론사 홈페이지에는 '중국 정부의 코로나 공조 성과', '한국 민주주의 정상회의 참석 득보다 실이 많다', '일본 핵폐수 배출은 우리나라 식품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것 같음' 등 전반적으로 중국에 우호적이고 미국과 일본을 비판하는 내용의 기사가 올라와 있었다.

이들은 또 지난해 10월27일에는 언론사 위장 홈페이지에 '주한미군 세균 실험실' 관련 부산 MBC 보도에서 MBC 로고를 삭제하고 자체 보도영상인 것처럼 편집한 유튜브 영상 링크를 올리기도 하는 등 국내 언론사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편집해 활용하기도 했다.

국정원은 가짜 언론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콘텐츠를 SNS에 유포하려는 시도도 포착했다. 지난 4월4일 18개 홈페이지에 올라온 '잊을 수 없는 추억'이란 기사는 제주 4·3사건을 '미국의 간악한 탄압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국정원의 조사 결과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이 콘텐츠 관련 링크 4건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밖에 월드뉴스와이어, Haixun도 각각 11개, 9개의 한국 언론사 위장 웹사이트를 만들어 비슷한 방식의 운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드뉴스와이어의 4·3사건 관련 게시글의 내용은 Haimai의 18개 위장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글과 번역체만 다를 뿐 내용은 거의 동일했다. 국정원은 원문 작성자가 동일 내용을 서로 다른 두 홍보업체에 의뢰해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의 경우 인터넷 기사가 포털 사이트를 통해 노출되는 '인링크'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위장 언론사의 활동으로 인한 직접적인 악영향은 크지 않다는 게 국정원 측 설명이다. 하지만 위장 언론사 사이트에 게시된 콘텐츠가 최근 SNS를 통해 유포되는 등 배후 세력의 사이버 영향력 확장 활동 가능성이 있어 유관 부처와의 협조를 통해 해당 사이트 차단에 나설 예정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명확한 배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중국 언론홍보회사가 한국 언론사 위장 웹사이트를 활용해 정치·사회적 콘텐츠를 의도적으로 게시하고 SNS상 확산을 기도했다"라며 "중국의 국내 사이버 영향력 확대 활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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