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9·19군사합의 효력정지 '전제조건' 놓고 국방부-통일부 온도차

김윤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16 07:00

수정 2023.11.16 07:00

국방부 “北위성 쏘면 정지”·통일부 “종합 검토”
효력정지 적극 주장해온 국방부, 특정 조건 제시까지
같은 날 대통령실·통일부는 "단정적 아닌 종합검토"
특히 "국방부 의견이고, 종합판단·상정 통일부 중심"
주체적 결정 위해 특정 조건 先제시는 피하는 기조
다만 국방부는 군사적 판단 맡은 점 고려해 용인

신원식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9일 대비태세 현장지도를 위해 육군 1사단 도라OP를 찾았다. (국방부 제공) 2023.10.9/뉴스1 /사진=뉴스1
신원식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9일 대비태세 현장지도를 위해 육군 1사단 도라OP를 찾았다. (국방부 제공) 2023.10.9/뉴스1 /사진=뉴스1
남북 관계 관련 질문에 답하는 김영호 통일부 장관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정부의 북한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2023.10.18 hkmpooh@yna.co.kr (끝)
남북 관계 관련 질문에 답하는 김영호 통일부 장관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정부의 북한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2023.10.18 hkmpooh@yna.co.kr (끝)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정부가 적극 검토중인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두고 국방부와 통일부가 대응방식에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국방부가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제3차 발사 도발을 감행하면 효력정지를 하겠다고 명확히 밝힌 반면 대통령실과 통일부는 향후 북한 행동에 따라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다소 '신중한' 입장을 내면서다.
이를 두고 정부 측에선 정책방향성의 차이가 아니라 부처 업무성격과 역할, 기능에서 오는 차이라는 설명이다.

15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국방부와 통일부·대통령실은 군사합의 효력정지 기점을 놓고 서로 다른 입장을 피력했다.

국방부는 북한이 예고한 제3차 우주발사체 도발이라는 구체적인 시점을 제시한 데 반해 통일부와 대통령실은 시기를 특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군사합의는 우리 군사대비태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효력을 정지하는 게 필요하다”며 “공은 북한 쪽에 가있다”며 북한의 위성 도발시 효력정지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게다가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취임 이래 여러차례 군사합의 효력정지와 일부 수정 필요성을 강조하며 “추진하겠다”고 강한 어조로 분명한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통일부는 북한의 향후 행보를 보고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신중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통일부 한 관계자는 “군사합의는 우리 군의 대북 정찰능력과 군사훈련 등 방어태세를 심각하게 제약하는 걸 포함해 여러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돼왔다. (앞으로)북한의 행동을 예의주시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종합적으로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가 북한의 3차 우주발사체 도발 시점을 '특정'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이 당국자는 북한의 위성 발사가 군사합의의 효력 정지를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도 “정부가 주시하는 행동에 어떤 게 포함된다고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국방부가 군사적 판단 사항에 대해 의견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남북관계 등 여러 종합적인 판단은 통일부를 중심으로 관계부처가 함께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군사합의 효력정지는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른 절차라 통일부가 상정하는 게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가 북한의 도발 시기를 특정한 것과는 달리 통일부는 다양한 조건들을 통합적으로 감안해 정책적 방향성을 결정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대통령실도 같은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군사합의는) 우리 군의 대북 정찰 능력과 군사훈련 등 방어 태세를 심각하게 제약하는 것을 포함해 여러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돼 왔다”며 “정부는 북한의 행동을 주시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놓고 대북 정책과 군사적 도발 대응 등과 관련된 양 기관의 정책 방향성이 일관되지 않아 자칫 북한 등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거나, 북한이 오판해 추가 도발을 시도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하지만 이 같은 온도차에 대해 정부 측에선 구체적인 ‘레드라인’을 먼저 긋는 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방부는 군사적 사안에 집중하는 부처라는 점에서 조금 더 적극적인 입장을 냈다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군사합의 효력정지는 우리가 주체적으로 제반 사항들을 고려해 결정해야 하며 특정한 조건을 먼저 제시해버리면 효력정지 결정 자체가 그 안에 갇히게 된다는 게 정부 인식이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도 군사합의 효력정지에 대한 정부 입장은 상황을 특정하지 않고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는 것이고, 국방부가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한 건 군사적 판단을 맡은 데다 신 장관이 이미 직접적으로 입장을 표명해온 점을 고려해 용인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즉, 국방부와 통일부의 정책방향성이 다른게 아니라 업무성격의 차이에서 오는 상황인식 차라는 것이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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