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손놓고 있는 새 국내에 투자할 사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한 관계자는 "동호안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포스코는 인도네시아에서 투자하려 했다"고 했다. 포스코는 포항에서도 신사업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스코는 20조원 이상을 투자, 2033년 수소환원제철소 1기를 시작으로 총 3기(2050년)를 포항제철소에 지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135만㎡(41만평) 부지가 필요한데, 포항제철소 내 동호안과 같은 땅이 없어 공유수면(포항국가산업단지)을 매립해야 한다. 그러나 환경 문제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포스코가 영일만 매립 건을 도와달라고 하는데 여러 절차가 남아 있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런 와중에 우리와 처지가 비슷한 일본의 최근 사례가 주목된다. 일본 정부가 내달부터 50년 이상 묶어왔던 그린벨트(도시화통제구역)에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제조공장을 짓도록 허가하겠다고 방침을 바꾼 것이다. 공장 용지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대만 TSMC 프로젝트를 위한 파격적 정책이다. TSMC 공장이 들어서는 구마모토 지역의 향후 10년 경제효과가 6조엔을 넘을 것이라는 추산을 감안하면 그럴 만해 보인다.
기업의 국내 투자를 촉진해 산업 경쟁력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한국 경제는 1~2%대 저성장, 장기침체 초입에 서 있다. 급속한 저출산·고령화, 경제 역동성 저하의 내부 리스크에다 △중국의 제조기술 고도화 △일본의 첨단 제조업 부활 △미국의 핵심 제조업 내재화 등 주요 교역국의 정책 급변이 수출형 제조국가인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기업들의 국내 투자 부진은 실질성장률을 더 끌어내린다(올해 0.2~0.5%p 하락요인). 정치인은 총선용 포퓰리즘에, 관료는 정치권 눈치만 보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투자가 곧 미래세대 일자리다. 정부·국회가 소매를 더 걷어붙여 '동호안 2, 3탄'을 만들어 내야 한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산업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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