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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광 대머린 완벽하길 바랐다" 12.12 스크린에 옮긴 '서울의 봄', 어디까지 허구와 사실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16 07:00

수정 2023.11.16 14:07

영화 '서울의 봄'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서울의 봄'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서울의 봄'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서울의 봄'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서울의 봄'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서울의 봄'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파이낸셜뉴스] “나는 겨울밤의 찬 공기를 조용히 삼키면서 20분이 넘도록 총성을 들었다. 한남동에 살던 19살 무렵 경험한 그 순간은 오랫동안 기억 속에서 재생되었다. “누가 왜? 누구와 싸우는지”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을 느꼈다. 훗날 '12.12 군사반란'으로 자세한 내막이 알려졌을 때 나는 오래된 의혹이 해소됨과 동시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아니 저렇게 쉽게 권력을 빼앗겨? 그것도 하룻밤 만에??”(김성수 감독 연출의 변 중에서)

영화 ‘서울의 봄’이 12.12 군사반란을 스크린에 옮긴 첫 영화로 관심을 모은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시해 후 12월 6일 최규하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에 선출된 지 1주일도 안된 시점에 당시 육군 내 불법 사조직 하나회의 일원,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주도해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다.
바로 제5공화국의 시작이었다.

‘서울의 봄’은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모티브로 한 전두광(황정민)과 군사반란에 맞서 진압군을 지휘했던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을 모티브로 한 이태신(정우성)을 중심으로 일촉즉발의 9시간을 담았다.

기본 뼈대는 사실 그대로다. 하지만 인물들의 구체적 행적은 극화했다. 정승화 당시 육군참모총장이 전두환을 견제하며 하나회 측의 불온한 움직임을 막으려 대립각을 세웠다면 영화에서는 전두광과 이태신의 대결이 핵심이다. 또 하나회 내부 모습도 감독의 상상력이 발휘됐다. 하나회 무리들은 전형적인 소인배로 그려진다.

실존 인물인데, 왜 허구의 이름을 사용했나?

누구나 다 아는 실존 인물을 모델로 했는데도, 이름을 달리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성수 감독은 “다큐를 찍는 게 아니고, 이 사건의 맥락 안에 있는 인물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원래 인물의 버릇, 외향, 말투를 재현할 의도는 없었다”며 “다만 황정민이 연기한 전두광은 우리 이야기 안에서 이 사건을 일으키는 핵심 인물이자 이 영화의 출발점이고, 이 역사가 이 영화로 넘어가는 발판과 같은 캐릭터라 실존인물의 외피를 차용했다”고 말했다. “황정민씨에게 실존인물처럼 말하고 행동할 필요는 없지만, 그 실존인물의 외피는 좀 써달라고 요구했다.”

“외모적으론 대머리가 완벽하길 바란다. 또 벌렁코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정민도 (대중에게 잘 알려진) 자기 외피를 지우고 분장해서,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인물 속으로 관객들이 들어와주길 바랐을 것이다."

“전두광은 탐욕의 화신이자 굶주린 늑대 무리의 왕과 같은 인물이다. 황정민은 영화 ‘아수라’에서 함께 작업했는데 불덩이와 같았다. 실존 인물과의 외모 싱크로율과 상관없이 적임자였다. 황정민의 역량과 에너지, 힘을 믿었다. 황정민도 악의 끝판왕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왜 장태신 아니고 이태신이었나?

반면 정우성이 연기한 이태신은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을 모델로 했지만 너무 많이 바뀌어서 실존 인물과 매칭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이름도 아예 누군인지 알 수 없게 바꿨다.

그는 “전두광에 혼자 맞서는 외롭고 의로운 남자가 전두광처럼 호통치거나 마초스럽고, 호랑이 같은 남자가 아니길 바랐다”고 말했다.

“우리 시대 아버지 중에서 목소리가 크지 않으면서도 완고하고 신념을 지키고,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서도 책임감은 대쪽 같은 아버지도 있다. 점잖지만 근사하고 자상하고 믿음직한 아버지로 만들고 싶었다.”

“전두광이 활화산의 용암처럼 뜨거운 탐욕 덩어리라면, 이태신은 올곧은 선비 같은 사람.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길 바랐다.
관객이 이태식을 통해 그때의 상황과 역사를 정확하게 보길 바랐다.”

"관객이 마치 그때 그 상황을, 현장에서 목도하는 것처럼 느끼길 바랐다.
당혹스런 혼란의 아수라장으로 (관객들이) 같이 달려가면서 보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재미있고 속도감을 있게 만들고 싶었다."

영화 '서울의 봄'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서울의 봄'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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