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AI 대 블록체인'...창과 방패의 전쟁 [이동규의 수담활론]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18 07:00

수정 2023.11.18 07:00

이동규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실장·융합보안학 박사

디지털 저작권 보호를 위한 창과 방패의 전쟁
AI발 불법 수집,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 대두
블록체인으로 SW 불법복제 방지 등 활용 필요
'AI 대 블록체인'...창과 방패의 전쟁 [이동규의 수담활론]
[파이낸셜뉴스] 전 세계 ICT 산업은 메타버스, 블록체인, 가상·증강현실(AR·VR)기술을 넘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시대를 맞이했다. 챗 GPT를 선두로 구글의 바드, 네이버 클로바 X 등 초거대 AI 기술의 등장으로, 소프트웨어에 대한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더 커지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의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편은 아니나, 지난해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는 39조원을 넘어섰다. 이 중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이슈에 민감할 수 있는 패키지 소프트웨어가 22%(8.4조원)다. 전문 연구기관인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2027년까지 패키지 소프트웨어가 매년 7~8%씩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한다.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가 소프트웨어 불법 사용 및 판매 제보를 분석한 현황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다소 주춤했던 불법행위 제보 건수가 올해부터 다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일반사무용 소프트웨어 이외에도 산업현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CAD/CAM, 그래픽 관련 SW 불법복제 사용, 판매는 전체 제보의 43%의 높은 수준을 형성했다. SW 개발과 사용 환경이 기존의 패키지 형태에서 클라우드 기반 구독형 서비스로 많이 전환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제조업을 비롯한 산업현장에서 사용되는 SW는 전통적 방식의 패키지형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Pixabay 제공
Pixabay 제공

AI가 몰고 온 변화는 긍정적 변화 못지않게 데이터의 불법 수집 문제와 더불어 지식재산권 침해 이슈, 특히 저작권에 대한 문제를 대두시키고 있다. AI로 생성한 이미지에 워터마크를 삽입해 AI가 작성한 이미지를 식별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AI가 작성한 텍스트를 탐지하는 기술, 예술 작품에 ‘디지털 독’을 심어 AI의 데이터 수집・학습 결과를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는 기술까지 등장하고 있다. 디지털 저작권을 둘러싼 치열한 창과 방패의 대결을 방불케 한다.

해법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거론된다.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가상자산 거래에서 등장하는 것이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거래 정보 데이터를 특정 네트워크 집단에서 공동으로 기록하고 저장, 관리하는 분산원장 기술이다. 특정 중앙서버에서 통합・관리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해킹이나 데이터 오염으로부터 안전하고 거래 명세가 네트워크로 서로 연결되어 있어 위변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보안성 또한 높아 안정적이기도 하다. 디지털 예술 분야에 있어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NFT(대체 불가능 토큰)라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소유주, 원본 증명을 시작하는 단계까지 왔다.

국내 학술지도 블록체인 기술을 저작권 보호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논문을 내놓고 있다. 지식재산권 관련 기관이나 단체 등에서 발행하는 온라인 저널의 기고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을 특허출원이나 영업비밀보호에 활용하거나 기술자료 임치 또는 저작권 등록에 활용하자는 제안도 있다. 추적할 수 있고 원본 증명이 가능하다는 점이 논지의 주다.

프로그램이나 콘텐츠 개발 단계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블록체인 기반 계약(smart contract)과 저작권 암호화폐(token)를 이용하면 이를 추적·관리할 수 있게 되므로 개발자나 저작권사, 이용자(저작물 구매자) 모두 해당 저작물의 원본 증명이나, 구입 현황, 이동 경로(재판매나 양도·양수 등)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별도의 추적, 모니터링 기술까지 덧붙이면 정상적인 거래 현황뿐 아니라 불법적으로 거래, 판매되는 저작물에 대한 정보까지 수집까지 가능해 기술이나 저작물에 대한 보다 안정적인 관리가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술을 SW나 콘텐츠 등과 같이 불법복제 이슈가 많은 지식재산권 보호에 먼저 적용해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이와 같은 시도들이 현재 진행 중이다.

암호화폐, e-코인에 꽂혀있던 블록체인 기술을 확대하는 발상의 전환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SW나 콘텐츠 불법 사용 방지, 주요 기술자료나 영업비밀 보호에 적극 활용해 보자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지재권 보호의 비밀병기가 될 수도 있다.


이동규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실장·융합보안학 박사



※이 글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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