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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정노예·고가요금제 싫어"… 1500만명이 알뜰폰 택했다 [고물가·고금리 시대의 그늘 (5)]

MZ세대 '자급제+알뜰폰' 인기
수개월간 '0원 요금제'도 나와
도매제공 의무제 상설화 필요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오른쪽)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알뜰폰스퀘어를 방문해 단말 체험존에서 황성욱 알뜰폰협회 상근부회장과 알뜰폰 요금제 출시현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오른쪽)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알뜰폰스퀘어를 방문해 단말 체험존에서 황성욱 알뜰폰협회 상근부회장과 알뜰폰 요금제 출시현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약정노예·고가요금제 싫어"… 1500만명이 알뜰폰 택했다 [고물가·고금리 시대의 그늘 (5)]

#. "굳이 비싼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 약정 맺어가며 쓸 필요 있나요? 속도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데 자급제+알뜰폰 조합이 최고죠" (30대 직장인 김모씨)

올해 고물가와 경기침체 여파로 알뜰폰(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수요가 증가하면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를 중심으로 알뜰폰 가입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 다만 알뜰폰 업계가 여전히 저가경쟁에 의존하면서 자생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고물가에 '0원 요금제'까지 등장

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알뜰폰 회선 수는 1518만4393개로, 처음으로 1500만개를 돌파했다. 이 중 차량관제 등 사물인터넷(IoT) 회선이 616만5721개로 알뜰폰 시장 성장을 이끌었지만 일반 휴대폰 가입자도 849만3099명에 달한다. LG유플러스의 일반 휴대폰 가입자 수가 1101만874명인 것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규모다.

이동통신 3사의 5G 중간요금제 출시에도 5G 체감 속도가 롱텀에볼루션(LTE)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소비자의 불만이 이어지면서 알뜰폰 LTE 가입자는 계속 증가 추세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자급제+알뜰폰' 조합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헬로모바일 유심 가입자 기준 아이폰14 시리즈 자급제 단말기 가입자 중 2030세대 비중은 71%에 달했다.

특히 올해 4월부터는 알뜰폰 업체들이 가입 후 수개월간 이용요금을 받지 않는 '0원 요금제'를 잇달아 출시하면서 시장이 과열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4~7개월만 사용하고 다른 요금제로 갈아타도 위약금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에 '0원 요금제' 경쟁이 최고점에 이른 5월에는 번호이동 건수가 52만6909건으로 4년여 만에 50만건을 넘어섰다.

■알뜰폰 질적성장…지원책 필요

하지만 알뜰폰 업계는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질적 성장은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과기정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동통신 자회사, 대기업·금융권 계열사를 제외한 독립계 알뜰폰 사업자들의 최근 5년간 영업이익은 1000억원가량이다. 다만 사업자 수가 60여개임을 감안하면 사업자당 연평균 이익은 3억3000만원 선에 불과하다.

또한 0원 요금제를 통해 알뜰폰 업계의 이통 3사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것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알뜰폰 업체들은 이통 3사가 지급하는 지원금을 받고 0원 요금제를 앞다퉈 내놨으나, 이통 3사가 6월 중순부터 지원금을 대폭 줄이자 0원 요금제도 사실상 종료됐기 때문이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시장 육성을 위해 도매제공 의무제(시장지배적 기간통신사업자가 알뜰폰 사업자에게 도매가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한 제도) 상설화와 이통사 자회사인 알뜰폰 업체들의 점유율 제한 등 추가 지원책을 추진 중이지만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계류돼 있다. 이통 3사가 알뜰폰에 LTE망을 제공하는 도매대가의 수익배분율은 40%인 반면 5G 요금 수익배분율이 60%가량인 것도 여전히 해소가 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업체들은 높은 도매대가로 인해 5G 진출이 사실상 막힌 가운데 LTE는 저가경쟁이 더욱 심화되는 추세여서 가입자를 늘려도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라며 "당장 알뜰폰 업체들은 내년 사업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도매제공 의무제 상설화, 도매대가 인하 논의가 지지부진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