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시선] 상장사가 된다는 것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19 18:40

수정 2023.11.19 18:40

[강남시선] 상장사가 된다는 것은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보면 상당수가 증시 상장을 최종 목표로 답하곤 한다. 회사가 한 단계 도약하게 만드는 모멘텀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상장을 준비하면서 기업은 조직이나 회계, 지분 등 창업 이후 성장을 바라보고 달리다가 소홀했던 부분들을 깔끔하게 정리하게 된다. 또 기업공개(IPO)를 통해 들어오는 공모자금으로 시설투자나 신사업, 채무상환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면서 '제2의 창업'과 맞먹는 효과도 얻는다.

상장기업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메리트는 자금조달이나 영업·마케팅에서 이전과는 격이 다른 대접을 받게 한다.

실제로 해외 메이저 바이어들이 비상장기업이라고 은근히 차별하는 바람에 상장을 하게 됐다고 토로한 CEO도 있다. 한국거래소의 기술특례상장 로드쇼에 기업들이 물밀듯이 참여하는 것도 이런 메리트가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은 '등가교환'이다. 상장 메리트를 누리려면 기업은 모든 것을 솔직하게 오픈해야 한다. 상장을 기업공개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특히 실적은 다른 무엇보다 투명하고 믿을 수 있어야 하는 지점이다. 최근 불거진 파두와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분기 실적 논란은 충격적이다. 지난 8월 상장한 파두의 매출은 2·4분기 5900만원, 3·4분기 3억2000만원에 그쳤다. 17일 상장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3·4분기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하반기 IPO 시장의 대어로 손꼽혔던 두 회사였기에 충격은 더 크다. 증권가에서는 파두의 실적에 대해 "여의도의 맛집보다 못한 매출"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그럼에도 상장이 가능했던 것은 이들 기업이 각각 1·4분기, 반기 실적을 기준으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파두의 1·4분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53.9% 증가한 177억원,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155억원이었다. 결과적으로 좋았던 시기의 실적으로 상장심사를 통과하고, 심사에 반영되지 않는 분기에는 실적이 급격하게 나빠진 상황이다. 상장을 위해 실적을 당겨 쓰는 일종의 '메이크업'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사업을 하다 보면 업황이 급격하게 추락하면서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상장이 아닌, 일반대출이나 외부투자를 받는 과정이었다면 이런 일이 가능했을지 싶다. 증권신고서에 나온 숫자나 미래비전을 믿고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들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다.

거래소의 상장심사를 통과하고 수요예측과 공모주 청약을 마치면 상장 작업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이후로는 순전히 주가의 영역이다.
파두나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사태를 지켜본 투자자들은 이제 증권신고서를 그대로 믿기가 어려워졌다. 현행 제도하에서는 언제든 제2, 제3의 파두가 나타날 수 있다.
상장심사 과정에서 형식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정도로 넘어갈 것이 아니라 허점이 노출된 이상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증권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