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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테크, 배추테크를 아십니까…SNS 강타한 홈파밍족[고물가·고금리 시대의 그늘]

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22 11:39

수정 2023.11.22 11:39

1년 새 대파 22% 방울토마토 37% 폭등
직접 키워먹는다…'파테크' 등 단어 유행
바질에 렌틸콩까지 키우는 작물도 다양
게임하면 작물 배송받는 콘텐츠까지 생겨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 직장인 이모씨(25)는 지난달 말쯤 파 30여개를 키우기 시작했다. 원래 식물을 기르는 것이 취미였지만 파값이 급등해 직접 길러 먹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현재는 렌틸콩까지 기르고 있다. 이씨는 "고물가의 영향으로 지출이 심한 걸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 대학생 김모씨(22)는 최근 고구마 1.5kg을 무료배송받았다. 쇼핑앱을 통해 가상 식물을 키워 수확한 덕이다. 김씨는 "게임 속 가상 식물에 주기적으로 비료를 공급하고 물을 뿌렸는데 1개월이 넘게 걸렸다"면서 "자투리 시간을 써서 공짜로 작물을 받는 느낌이 뿌듯하지만 실제로는 키우는 것만큼 품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고물가 영향으로 집에서 작물을 길러 먹는 '홈파밍'족이 늘고있다. 이들은 파, 방울토마토 등 최근에 가격이 많이 오른 작물들을 직접 기르면서 보람을 느끼고 식비를 절약하고 있다. 게임 속 가상 식물을 키워 무료로 실제 작물을 받는 '겜파밍(game farming)'족들도 잇따르고 있다.

밥 해먹을 뿐 아니라 '길러 먹는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3.37이다. 전월 대비로는 0.3%, 전년 대비 3.8% 상승한 수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수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대파(상품 등급) 1kg의 소매가격은 평균 4006원이다. 1년 전(3310원)에 비해 21.0%로 대폭 올랐다. 적상추는 100g당 1104원, 청양고추 풋고추는 100g당 1143원으로, 1년 전에 비해 각각 30.3%(849원 대비), 25.1%(914원 대비) 올랐다. 방울토마토 또한 1kg당 평균 1만348원으로 1년 전 가격 7554원에 비해 37.0% 폭등했다.

이에 따라 작물을 키우는 상품 매출 또한 늘었다. 다이소에 따르면 1~10월 매출액 기준으로 '씨앗' 카테고리는 전년대비 20% 늘어났다. '상추·방울토마토·바질 등 키우기 상품'의 카테고리는 전년대비 11% 증가했다.

이씨는 "마트에 식재료를 사러 가면 2만~3만원 하던 것들이 4만~5만원씩 나오는 것을 보고 식비가 늘었음을 체감했다. 자주 먹던 간식도 줄이고 있다"며 "이렇게까지 고물가가 돼야 하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이씨는 홈파밍을 위해 화분과 작물 씨앗을 다수 사들였으며, 온실을 만들기 위해 식물 성장 조명을 구입했다. 그러면서 되레 지출이 생겨 홈파밍 시작 3주째인 현재까지 큰 비용 절감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식물조명만 4만원 정도 들었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비용이 많이 절약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직장인 이모씨(34)는 상추와 바질 키우기로 시작해 방울토마토, 부추, 깻잎 등을 키우다가 현재는 쪽파를 기르고 있다. 이씨는 "대파가 조금만 필요한데 한단을 통째로 사고 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키우면서 바로 필요한 만큼만 수확해서 먹을 수 있어서 비용 면에서는 확실히 저렴하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가 올라 외식하지 않고 집에서 밥을 해먹는 시간이 많아졌다. 기르는 것을 먹기 위해 식단까지 짜서 먹는다"며 "식물을 직접 재배해서 먹으면서 음식의 소중함을 알게 돼 음식을 남기고 싶지 않기도 한다"고 말했다.

"게임하면 대파 배송" 관련 콘텐츠 유행

나아가 SNS에 작물을 키우는 것을 인증하거나 온라인 게임을 통해 실제 작물을 배송받을 수 있는 콘텐츠까지 유행하고 있다.

재테크하듯이 파를 재배해 식비를 아낀다는 의미의 '파테크'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으며, 20일 기준 인스타그램에는 '파테크' 관련 게시물 1만7000여개가 검색된다. 쇼핑앱 올웨이즈는 게임 속 가상의 식물을 키우면 실제 수확물을 보내주는 게임 올팜을 지난 2021년 9월 론칭했고, 1년 9개월 만에 가입자 700만명에 월간활성사용자 250만명을 돌파했다. 식재료 앱 컬리와 공동구매 앱 공구마켓에서도 각각 '마이컬리팜', '공팜'을 내놓는 등 관련 콘텐츠가 많이 출시됐다.

직장인 김모씨(29)는 최근 작물을 키우는 게임을 시작했다. 김씨는 "평소에도 게임을 종종 하는데 게임은 게임대로 하면서 작물을 배송받을 수 있는 점이 좋다"며 "벌써 파를 한단 배송 받았는데 뿌듯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씨(30) 또한 게임을 통해 고구마를 키우면서 성취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박씨가 게임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현재까지 0.71%까지 고구마를 키워내 수확 및 배송을 앞두고 있다.
박씨는 "자주 먹는 작물을 키우면서 식료품값 아끼는데도 도움이 된다"며 "무엇보다 다른 일과는 다르게 내가 노력하는 만큼 자라는 것이 눈에 보여 위안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가 장기간 지속되고 이자율 압박과 가계 부채 부담이 올라가면서 사람들이 단순히 지출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 필수재를 직접 재배하는 방식까지 나타났다"며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집안에서 하는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된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식물 키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처럼 소통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 먹을 수 있어 이점이 많다"면서도 "경제 전반적으로 새로운 시도·투자를 통해 수입을 늘리는 방향이 아니라 절약을 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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