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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엔저의 공습 한국 수출 덮쳤다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20 18:26

수정 2023.11.20 18:26

'1달러 =150엔' 33년만에 최저
철강, 日저가공세에 경쟁력 추락
車도 해외 점유율 확대에 걸림돌
반도체는 그나마 영향력 작을 듯
슈퍼 엔저의 공습 한국 수출 덮쳤다
일본 엔화 가치가 33년 만에 최저치 경신을 앞두면서 국내 산업계에 복병으로 떠올랐다. 철강·자동차·전자부품 등 주요 업종에서 일본과 직접 경쟁하는 국내 기업들의 가격경쟁력 하락 및 실적 타격이 현실화되고 있어서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엔저현상 심화로 일본 기업과 경쟁 강도가 높거나 기술수준이 비슷한 주요 산업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달러당 150엔 안팎에서 등락하며 1990년 이후 최저치를 보이고 있다. 원·엔 재정환율은 이날 종가 기준 100엔당 865.83원을 기록했다. 지난 16일(856.80원)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친 2008년 1월 10일(854.31원) 이후 15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엔저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국내에선 철강업종이 엔저 심화에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은 '역대급 엔저'를 앞세워 국내 시장에 열연코일, 중후판 등 철강재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국내 철강 고객사들도 품질이 우수하면서도 가격부담이 크게 낮아진 일본산 제품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일본은 한국 철강재 수입규모의 35%가량을 차지해 중국 다음으로 비중이 높은 수입국이다. 철강업계의 글로벌 수출경쟁력 하락도 불가피하다. 일본은 동남아·유럽·중동 등에서 강관, 열연, 후판, 판재, 봉형강 등 주요 철강제품군에서 우리나라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TV·스마트폰·가전·자동차 등 전자제품 회로에 안정적 전류흐름을 제어하는 부품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생산하는 삼성전기도 엔저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기(24%)는 무라타(34%)에 이은 MLCC 업계 2위다. 삼성전기도 일본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 평균판매가격(ASP)을 따라 낮출 수밖에 없어 실적방어에 애를 먹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에 비해 시장지배력이 낮은 한국 자동차 산업도 엔저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유럽 등 한일 간 자동차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엔화약세로 인한 일본 자동차의 상대적 가격하락 효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이 우위를 점한 전기차에 비해 양국 간 기술 차별화 수준이 낮은 내연기관차를 중심으로 일본차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이끌고 있는 반도체 산업은 한일 간 수출경합도가 낮아 제한적 영향이 예상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엔저현상 심화로 낸드플래시 업계 2위인 일본 키옥시아의 수혜 가능성을 내다봤다.
비교적 가격탄력성이 높은 소비자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을 중심으로 키옥시아 제품 판매량 확대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김영권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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