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심사부터 문제기업 대응까지
"심사 정보 교류 넘어 더 진전된 협업 계획 있을 것"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사기 상장' 논란의 파두 사태에 기업 상장 심사에서부터 상장 후 문제 대응에까지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간 협력 행보가 이목을 끌고 있다. 최근들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손병두 한국증권거래소 이사장은 수차례에 걸쳐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 보호 이슈가 터지면서 형식적인 절차나 역할 분담을 넘어선 범기관적 대응과 방안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우선한 것으로 보인다. 두 기관은 심사 방법 고도화를 위해 서로 자료 공유를 시작한 데 이어 심사 기간 단축, 신고서 접수 시점 등 다양한 측면에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9월 중순부터 거래소는 기술특례상장 기업 심사 관련 자료 중 검토한 주요 이슈를 금감원에 공유하고 있다.
두 기관은 정보 공유의 물꼬를 튼 만큼 앞으로 협의를 통해 공유 수준을 더 높이고 심사 속도, 증권신고서 제출 시점 등에 대해서도 추가로 논의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복현 금감원장과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이 의지를 갖고 진행시키고 있어 더 힘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정보 공유의 형태보다 좀 더 진전된 형태의 논의 결과가 조만간 나올 것"이라며 "큰 틀에서 두 기관이 상장 심사에서 협력 수준을 높인다는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거래소가 고민했던 부분을 금감원이 증권신고서 심사 단계 초기부터 알 수 있다면 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아직은 부분적인 정보 교류만 이뤄지고 있지만 첫술에 배부를 순 없는 법"이라고 전했다.
그간 두 기관의 협업이 상장 심사의 전문성과 신속성을 제고할 수 있단 공감대는 있었지만, 서로의 역할 충돌이나 책임 소재 문제 등에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심사 자료를 공유할 경우, 나중에 상장 기업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할 가능성도 생기고, 자료를 근거로 서로 심사를 더 잘했어야 한다는 기싸움이 생길 수도 있기 떄문이다. 특히 상장폐지로 심사 역량 논란이 불거졌던 신라젠 사태 이후 거래소에서는 심사 정보에 대한 자료를 공유하거나 설명하는 것에 극도로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원칙적으로 거래소는 기업이 상장 요건을 갖췄는지를, 금감원은 상장 자격과 관련없이 증권신고서를 제대로 작성했는지만을 심사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내에서 역할이 이뤄진다.
이 원장과 손 이사장은 상반기부터 물밑에서 상장 심사 효율화에 대해 함께 고심하다 일단 기술특례상장에서부터 정보 교류를 시작하는 것으로 첫발을 내디딘 것으로 전해진다. 그 결과물이 지난 7월 말 기술특례심사 활성화 방안에 포함된 금감원과 거래소 간 정보 공유 방침이다. 두 수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몇달 간 시간을 갖고 연구해보자고도 합의를 봤다.
특히 최근 '실적 부풀리기' 논란의 중심에 선 파두 사태에 두 기관이 협업 체제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 보호 이슈가 터지면서 형식적인 절차나 역할 분담을 넘어선 범기관적 대응과 방안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우선한 것이다.
앞서 파두는 거래소 상장 심사 단계에서부터 잡음을 일으켰는데 이 같은 내용이 금감원에는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파두는 기술특례상장 기업에 대한 거래소와 금감원 간 정보 공유가 시작되기 전인 6월30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거래소는 파두가 들고 온 실적 추정치에 대한 근거를 따지는 과정에서 최초 매출액을 절반 넘게 깎은 1150억원으로 합의했다. 거래소가 기업 밸류에이션에 개입할 순 없지만, 심사시 근거 자료 제출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스스로 매출액 추정치를 절반 이상 깎은 것이다.
하지만 파두는 증권신고서에 연간 매출액이 1203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기재했다. 거래소와 협의된 매출액보다 높은 실적을 적었다. 금감원에는 거래소 심사 단계에서 있었던 일들이 전해지지 않았다.
사태 직후 금감원은 파두와 주관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거래소는 상장 주관사의 풋백옵션(환매청구권) 의무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코스닥 시장 규정 및 시행세칙 개정을 예고했다.
거래소는 "실적 부풀리기를 통한 상장 등 제도 악용 가능성을 방지함으로써 투자자 보호 제도도 한층 강화했다"며 "부실기업에 대한 선별기능을 강화해 투자자들이 기술특례상장 기업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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