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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방화셔터 사고’ 피해 학생 향한 ‘시 쓰는 환경미화원’의 사랑

뉴스1

입력 2023.11.21 15:24

수정 2023.11.21 15:24

'시 쓰는 환경미화원', '시인이 된 청소부' 등으로 불리는 금동건 작가./뉴스1 이현동 기자
'시 쓰는 환경미화원', '시인이 된 청소부' 등으로 불리는 금동건 작가./뉴스1 이현동 기자


(김해=뉴스1) 이현동 기자 = ‘시 쓰는 환경미화원’이라는 수식어로 유명한 금동건(63) 작가가 ‘김해 방화셔터 사고’ 피해 학생인 홍서홍군(13)을 잊지 않고 따뜻한 마음을 전달해 화제다.

<뉴스1> 취재진은 21일 금 작가로부터 지폐와 동전이 가득 든 쇼핑백을 건네받았다. 얼마인지 세어보지도 않았다며 멋쩍게 웃은 그는 “그리 크지 않은 금액이지만, 서홍이와 가족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 잘 전달해달라”는 말도 함께 전했다.

그가 건넨 지폐와 동전을 모두 세어보니 1만원권 30장, 5000원권 1장, 1000원권 9장, 500원 동전 32개, 100원 동전 135개, 50원 동전 8개, 10원 동전 34개 등 총 34만 4240원이었다. 그리고 그가 지난 4월 발표한 시집 ‘아버지, 중절모’도 한 권 들어있었다.


김해 출신의 그는 현재 김해의 한 업체에서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 성금의 출처는 그가 지난 1년간 음식물쓰레기 등을 수거하는 일을 하면서 줍거나 발견한 동전과 지폐다. 비록 자신이 주웠다고 할지라도 이 돈은 자신이 가져선 안 되는 돈이며 반드시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가치관에서 비롯됐다.

또 공병·프라이팬 등 고물을 팔아 마련한 돈과 최근 김해의 한 동네책방에서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진행한 후 받은 강연비도 포함됐다. 그는 ‘시를 품은 내 가슴’, ‘비움’ 등 총 6권의 시집을 낸 베스트셀러 작가다.

이처럼 금 작가는 업무 중 주운 돈과 본업으로 인한 수입 외의 부가 수입들을 지난 2013년부터 매년 지역 언론을 통해 주변의 이웃에게 전달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금 작가가 특별히 마음을 전하고 있는 홍 군은 4년여 전 김해의 한 초등학교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교내에서 계단을 오르던 중 갑자기 방화셔터가 내려와 목 부분을 짓눌렀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의식을 되찾지 못해 현재까지도 김해의 한 재활요양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금 작가는 “서홍이와 가족들은 여전히 힘든 싸움을 해내고 있는데, 시간이 흐르다 보니 지역사회에서 이 일이 잊혀져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나를 계기로라도 잊히지 않길 바란다”며 “길을 지나가는 아이들을 보기만 해도 서홍이 생각이 난다. 내 자식 같고, 내 손자 같다. 얼른 일어나 함께 사진을 찍고, 노래를 부르고, 시도 같이 써보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홍 군의 어머니 이길예씨는 “매년 서홍이와 우리 가족을 잊지 않고 따뜻한 마음을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받아도 되는 돈인지 모르겠다”며 “지역사회의 관심과 사랑 덕분에 서홍이의 상태가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다.
금 작가님과 서홍이가 함께 시를 쓰고 노래를 부르는 날까지 더 힘을 내겠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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