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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차 심장부' 세운 현대차…미국·한국 아닌 싱가포르 택한 이유

현대차그룹의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에서 로봇이 셀(Cell)에서 아이오닉 5를 조립하는 모습.(현대차그룹 제공)ⓒ 뉴스1
현대차그룹의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에서 로봇이 셀(Cell)에서 아이오닉 5를 조립하는 모습.(현대차그룹 제공)ⓒ 뉴스1


HMGICS의 자동 물류 시스템.(현대차그룹 제공)ⓒ 뉴스1
HMGICS의 자동 물류 시스템.(현대차그룹 제공)ⓒ 뉴스1


HMGICS 전경.(현대차그룹 제공)ⓒ 뉴스1
HMGICS 전경.(현대차그룹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의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는 '도심형 마이크로 팩토리'다. 도심형 마이크로 팩토리는 기존 자동차 공장의 대량 생산이 아닌 다차종 소량 생산 시스템을 갖춘 게 특징이다. 미래에는 하나의 공장에서 생산하기 어려울 만큼의 다양한 모빌리티가 등장할 전망이다. 고객 목소리 역시 다양화함에 따라 이를 빠르게 반영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생산 시스템이 필수다.

자동차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유연한 생산 시스템 거점을 싱가포르에 마련한 것을 주목했다. 싱가포르는 자동차 시장 규모는 작지만, 미래 모빌리티 시대의 신기술 적용을 위한 테스트베드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그룹도 싱가포르가 지닌 최적의 입지 조건을 적극 고려했다고 밝혔다.

2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이날 준공한 HMGICS는 싱가포르 서부 주롱 혁신지구(Jurong Innovation District)에 축구장 6개 크기의 지상 7층 건물로 들어섰다.

HMGICS의 가장 큰 특징은 지능형, 자동화 제조 플랫폼을 갖춘 다차종 소량 생산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컨베이어 벨트 대신 각기 다른 차종을 생산할 수 있는 '셀'(Cell)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연간 5만대를 생산하면서 새로운 기술도 시험할 수 있는 거점을 마련하게 됐다. 최근 기공식을 진행한 울산 전기차(EV) 전용공장이 미래 생산 거점이라면, HMGICS는 혁신 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두 공장이 앞으로 전동화 시대 50년을 책임질 양대 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작업자와 생산 로봇이 타원형 모양의 셀 하나에서 다양한 차량 수요에 맞춰 모빌리티를 생산할 수 있다"면서 "생산하는 차종이 많아지더라도 최적화된 알고리즘으로 생산 계획과 소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싱가포르에 혁신 거점을 마련한 것은 최적의 입지 조건 때문이다. HMGICS가 들어선 주롱 혁신지구는 2016년 싱가포르 정부가 발표한 경제개혁 계획안에 따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을 주도하는 첨단 산업단지다. 싱가포르 정부의 친기업 정책 아래 과거 '아시아의 생산 기지'로 불린 주롱 산업단지는 미래 산업단지로 재탄생했다.

2021년 기준 싱가포르 자동차 등록 대수는 약 65만대다. 차량운행허가증(COE) 등 높은 비용 부담으로 자동차 보유 인구는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단순 시장 규모만 보면 현대차그룹이 생산 시설을 마련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작지만, 큰 나라'로 불린다. 동남아시아 지역 물류와 금융, 비즈니스 허브로 새로운 서비스와 기술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신기술 테스트베드로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그룹도 마찬가지다. 그룹 관계자는 "개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부 정책, 안정적인 비즈니스 및 경제 환경, 강력하고 풍부한 인적 자원 등의 요소들이 HMGICS의 설립 취지와 인프라 기반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며 "사람과 기술 융합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혁신 허브'를 구현하고자 하는 현대차그룹의 비전과 맞닿아 싱가포르에 HMGICS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HMGICS를 앞세워 동남아 시장 브랜드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HMGICS에서 생산뿐 아니라 고객 인도까지 가능하게 만든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차가 장악한 동남아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목표다.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는 지난해 동남아 지역서 19만8000대를 판매했다.
주요 생산 거점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이다. 최근 태국에 자체 법인을 설립하며 동남아 현지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시장은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3위로 부상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곳"이라며 "아직은 일본차의 텃밭이지만 판매량을 늘리면 (도요타와의) 판매 격차도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