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공매도, 운동장은 정말 기울어졌었나 [기자수첩]

박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21 16:40

수정 2023.11.21 17:18


[파이낸셜뉴스] 공매도 논쟁, 숨 가쁘게 달려왔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달라’며 5만명의 투자자 동의가 모인 지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지난 6일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행됐다. 열흘 만인 16일에는 공매도 제도 개선 방향이 발표됐다. 개인과 기관, 외국인 간의 거래조건을 동일하게 맞춰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겠다는 취지다.

내용을 보면 개인 투자자가 공매도를 할 때 요구되는 현금 담보비율을 빌린 주식 금액 대비 현행 120% 이상에서 기관·외국인과 같은 105% 이상으로 인하했다. 예컨대 100만원 어치의 주식을 빌려 공매도할 경우 현 20만원에서 이제는 5만원만 담보로 제공하면 되는 것이다.


또 공매도를 위해 빌린 주식을 갚아야 하는 상환기간의 경우 기관과 외국인은 사실상 제한이 없었지만 개인과 마찬가지로 90일로 제한, 만기 연장이 가능토록 개선키로 했다.

다만 실효성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기관의 담보비율이 이미 140%를 넘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금을 담보로 주식을 빌리는 개인과 달리, 기관·외국인은 주식을 담보로 차입하려는 주식을 빌리는데(대차거래), 이때 담보 주식이 하한가로 떨어질 가능성을 대비해 헤어컷(증권의 평가절하)이 적용돼 실제로는 담보비율이 135~140%까지 치솟는다는 설명이다. 애초 운동장이 기울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상환기간과 수수료도 마찬가지다. 대차거래가 적용되는 기관·외국인은 주식 대여자가 중도 상환을 요구할 경우 2영업일 안에 주식을 도로 갚아야 한다. 의무가 하나 추가되는 셈이다. 대출이자인 수수료율도 기관과 외국인은 차입 수요가 많은 주식에 대해 20~30%의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물론 현 공매도 제도의 빈틈을 노려 발생했던 불법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 하지만 업계와 학계에서는 '주식을 빌려주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더 안전하지 않겠느냐'며 개인과 기관 간의 '기울기'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주식을 빌리는 주체의 상환 능력이나 신용도에 따라 차등을 두는 것이 건강한 시장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이다.

당국의 운동장 '평탄화' 방침이 실제 시행되기까지는 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숨가쁜 대책 발표 과정에서 빠뜨린 내용은 없는지, 제도 변화 과정에서 되려 투자자들에게 손해로 돌아가지는 않을지 신중히 따져 정책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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