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특별기고] 시합은 이제 시작됐을 뿐이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21 18:05

수정 2023.11.21 18:05

[특별기고] 시합은 이제 시작됐을 뿐이다
나는 야구를 좋아한다. 선수들이 기회를 잡기 위해 또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고 재밌다. 경기 흐름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것도 우리네 인생을 닮아 더 그렇다. 올해 LG 트윈스가 1994년 이후 29년 만에 KBO 리그 통합우승을 차지하며 화제가 됐다. 오랫동안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최정상의 자리를 차지한 감동의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우리나라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의 역사도 LG 트윈스의 역정을 닮았다.
1997년 SMART(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 개발을 정부 과제로 시작한 것이 우리나라 SMR 역사의 출발점이다. SMART는 2012년 세계 최초로 설계인가를 취득하면서 상용화를 눈앞에 두는 듯했다. 하지만 재원 부족 등으로 SMART 상용화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그 후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이 SMART 상용화를 추진했지만, 국제정세 등으로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그렇다고 끝난 것이 아니었다. 우리나라는 SMART 개발을 통해 획득한 기술과 인력, 인허가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부터 혁신형 SMR(i-SMR)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정부는 2028년까지 3992억 원을 투입해 i-SMR 표준설계에 대한 인허가를 마치고, 2030년대 초까지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SMR은 안전성이 뛰어나다.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해 사고 확률을 크게 낮췄다. 대형 원전에 비해 떨어지는 경제성을 만회하기 위해, 핵심 기기를 공장에서 미리 모듈 형태로 제작하고, 필요한 만큼 현장으로 운반해 단기간에 조립·설치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SMR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다목적 활용에 있다. SMR은 전력 생산 이외에도 산업용 열 공급, 수소생산, 선박 추진동력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할 수 있다.

최근 세상이 변했다. 심화하는 기후 위기와 국제정세 등에 따라 반복되는 에너지 공급 위기는 원자력을 세계 에너지 무대의 중앙으로 끌어냈다. 그런데 전력망이 작거나 재원이 불충분해 대형 원전을 짓기가 어려운 국가나, 탄소배출 저감이 시급한 분야가 SMR의 상용화를 재촉하고 있다. 일례로 한국수력원자력은 2030~2040년까지 매년 약 100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 교체 시장을 두고, SMR이 천연가스 등과 경쟁할 것으로 예상한다.

SMR 열풍이 잠시 꺾였었다. 최근 미국 유타주립전력공사가 뉴스케일사와 아이다호주에서 진행 중인 SMR 건설사업을 비용 문제로 종료키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편에서 SMR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는 초기 사업화 과정 중 협력파트너 사이에서 흔히 벌어질 수 있는 해프닝 중 하나이다. SMR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SMR 자체의 문제도 아니며, SMR 수요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 포수 요기 베라가 한 야구의 명언이다. 지금 i-SMR 사업은 시작 단계일 뿐이다.
사업화 과정 중 장애물들을 만나 주춤하거나 잠시 멈출 수는 있다. 그렇지만, i-SMR 사업의 여정을 멈춰서는 안 된다.
i-SMR 상용화가 더 이상 헛된 꿈이 아니며 시대적 요구이기 때문이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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