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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칠 인용한 尹 "위대함의 대가는 책임감" 英의회 연설 [尹대통령, 영국 국빈방문]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22 03:00

수정 2023.11.22 03:00

"대한민국 자유·번영에 기여"
140년 다져온 우호관계 강조
"영국엔 비틀스 한국엔 BTS"
문화·인적교류 활성화 제안
윤석열 대통령이 영국을 국빈방문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앞줄 왼쪽 네번째), 구광모 LG 회장(앞줄 왼쪽 두번째) 등이 21일(현지시간) 런던 호스가즈 광장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영국을 국빈방문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앞줄 왼쪽 네번째), 구광모 LG 회장(앞줄 왼쪽 두번째) 등이 21일(현지시간) 런던 호스가즈 광장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런던(영국)=서영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의회 연설은 양국이 함께 열어갈 미래의 모습을 상징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이해 한영 관계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망하면서 미래 한영 관계의 지향점을 대외적으로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영국의 전 총리, 역사학자의 말과 유명 희곡의 구절을 인용하며 눈길을 모았다.

윤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영국 의회에서 연설을 진행하면서 한영 관계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을 압축적으로 설명했다.
우선 과거에서는 양국이 1883년 수교 통상조약을 체결한 이래 영국 선교사들의 헌신과 구한말 최대 민족지인 대한매일신보를 발행한 어니스트 베델의 독립운동 기여를 평가했다.

한국전쟁 당시 영국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8만여명의 군대를 파견하고, 제임스 칸 중령이 이끈 글로스터 1대대는 임진강 설마리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글로스터 1대대로 참전한 용사 콜린 테커리 옹을 직접 의회로 모셔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감사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는 행동으로 기억된다'는 글로스터 부대의 구호처럼, 영국군의 숭고한 희생은 한국인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의 현재는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이해 이뤄진 이번 국빈방문을 계기로 진정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도약할 수 있는 전환점으로 규정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영국인들의 희생과 기여에 힘입어 대한민국이 오늘날에 자유와 번영을 부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22일 채택될 다우닝가 합의를 바탕으로 양국이 △국방·안보 △과학기술 △교역 △인적교류 △에너지 △기후변화 등의 전 분야로 협력을 확대해 나가는 과정에서 영국 의원의 관심과 지원을 부탁했다. 이 가운데서도 윤 대통령은 문화협력과 인적교류 활성화에 유명인사의 이름을 언급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양국은 자랑스러운 도전과 응전의 역사를 만들어 온 공통점과 함께 문화예술의 매력도 지니고 있다"며 "영국이 비틀스, 퀸, 해리포터, 그리고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을 갖고 있다면 한국엔 BTS, 블랙핑크, 오징어게임, 그리고 손흥민의 오른발이 있다"고 밝혔다.

양국의 미래에 대한 제언은 도전과제에 직면한 현실상황 직시에서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 북한 핵위협 등 지정학적 리스크는 물론 △공급망 △기후 대응 △디지털 분야의 격차 등에 따른 국가 간 경제격차 심화를 양국을 둘러싼 현재의 모습으로 규정했다.


윤 대통령은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문명은 도전과 응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탄생하고 발전한다'고 했다"며 "역동적인 창조의 역사를 써내려온 한국과 영국이 긴밀히 연대해 세상의 많은 도전에 함께 응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윈스턴 처칠 총리의 "위대함의 대가는 책임감"이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양국이 책임감을 갖고 국제사회의 자유, 평화, 번영을 증진하는 데 힘을 모으자고 제안하면서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연설을 마무리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의 우정이 행복을 불러오고, 우리가 마주한 도전을 기회로 바꿔주리라. 위대한 영국과 영국인들에게 신의 가호가 깃들길 기원한다"고 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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