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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대한민국은 실버 민주주의로 가는 중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22 18:31

수정 2023.11.22 18:31

[fn광장] 대한민국은 실버 민주주의로 가는 중
실버 민주주의(Silver Democracy)는 고령화 국가가 된 일본의 고민이다. 야시로 나오히로 교수가 '실버 민주주의'라는 책을 통해서 고령자가 정치적 약자가 아니라 강자가 되었다고 처음 지적했다. 실버세대의 정치적 영향력이 지배적이라고 할 정도로 늘어난 결과 정치권이 이들 세대의 눈치를 보고 개혁에 소극적이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내년 총선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60대 이상 고령 유권자 비율이 30대 이하 청년 유권자 비중을 넘어선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10월 31일 기준 60세 이상은 1390만여명, 전체 유권자 대비 31.4%로 18~39세 31.1%를 앞섰다. 실제 투표율을 고려하면 그 비중은 더 커져서 4050 중년유권자(37.5%) 비중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것이다.
'노인의, 노인에 의한, 노인을 위한' 민주주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5년마다 국민연금 개혁안을 제출하게 되어 있는데 이번에 국회에 제출한 개혁안은 맹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을 의식한 결과다.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안이 확정되면 유권자 비중이 가장 크고 투표율도 60대 이상 못지않은 50대에 주는 영향은 크다. 50대는 정권에 가장 비판적인 세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연금개혁이 미뤄지면 미래세대는 불평등해질 수밖에 없다.

미래세대 입장에서 미래는 불확실하다. 국민연금이 고갈된다는 불안감도 크다. 영끌을 해서라도 부동산과 주식 투자에 몰두하는 것은 이 길만이 그들의 미래를 보장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용돈 연금은 연금이 아니고 부동산이 진정한 연금이라는 계산이다. 기후, 연금, 자산 등에서 세대 간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데 막상 젊은 세대들은 세대 간 정의를 외치지 않고 정치에 무관심하며 투표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그 대신 기초노령연금 등 여러 지점에서 실버 민주주의는 강화되고 있다.

실버 민주주의를 교정하기 위해 일본에서 검토했던 여러 대안이 있다. 첫째, 선거권 연령을 13세까지 낮추어서 미래세대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안이다. 둘째, 0세부터 모든 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되, 가령 12세 이하 유권자는 부모가 대신해 투표할 수 있게 한다. 부모가 어린 자녀의 미래를 생각해 또 다른 한 표를 행사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직접 평등 투표의 원칙에 위배되고, 부모가 아이들의 투표권을 도둑질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셋째로는 남은 인생 기간을 계산해서 고령세대 표의 가치를 감하자는 것인데 이 역시 등가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넷째, 국민의 대표를 지역별로 선출하지 말고 세대별로 선출하자는 것이다. 청년들(18~39세)은 청년 대표를, 중년들(40~59세)은 중년 대표를, 60세 이상 고령층은 고령 대표를 뽑는 연령선거구 방식이다. 연령선거구별 대표자 수는 유권자에 비례한다. 우리나라에 대입하면 청년 대표, 고령 대표가 각 30%씩이고 중년 대표는 40%이다.

고령 인구가 지금보다 더 많이 의회에 진출하는 문제점이 있으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청년 대표의 비중이 가장 낮은 우리 현실에서 보면 획기적인 개선책일 수 있다. 90명의 청년 국회의원이 선출된다. 당연히 내각도 젊어질 것이다. 단기적으로 사고하는 사회에서 중장기적으로 생각하는 사회, 기존의 것을 답습하지 않고 혁신하는 발판이 마련될 수 있다. 영호남, 수도권, 중부권으로 나누어서 연령선거구를 책정하면 지역주의를 해소하는 효과도 있다.


고령자들이 투표를 하면서 자신들만의 이익을 생각하고 자녀들의 미래를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청년 국회의원들이 정쟁에만 앞선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초저출산 고령화사회를 준비 없이 급격하게 맞는 우리로서는 실버 민주주의가 고착되기 전에 어떻게든 그에 맞는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민병두 보험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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