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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군사합의 효력 정지, 안보 강화 위한 당연한 조치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22 18:31

수정 2023.11.22 18:31

합의 이후 도발 17차례로 사문화
軍은 경계·감시 태세 더 강화해야
우리 정부가 22일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응해 '9·19 남북군사합의' 중 대북정찰 능력을 제한하는 조항의 효력을 정지했다. 영국을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전자결재로 재가했다. 남북은 2018년 군사합의 1조3항에서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었다.

정부의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는 지극히 당연한 조치다. 군사합의는 체결 당시부터 허점이 많아 실효성이 의문시됐다. 우리에게 훨씬 불리하고 북한이 지키지 않을 경우 마땅한 대비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대놓고 합의내용을 무시하며 도발을 일삼아 합의는 사문화된 지 오래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군사합의는 미사일과 별개이며,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엇박자의 주장을 폈다. 이재명 대표는 합의 정지가 도발을 유도한다고도 했다. 9·19 합의로 충돌을 예방한다는 게 도대체 맞기나 한 말인가.

합의문이 도발을 억제하는 효력이 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2022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남북군사합의 이후 지난해 말까지 북한이 명백히 합의를 위반한 사례는 17건이나 된다. 동해와 서해의 완충구역 내에서 포사격을 한 것만 해도 수차례이고, NLL을 넘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손가락으로 꼽기 어렵다.

특히 무인기를 띄워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서울 용산 인근까지 침투시키기도 하지 않았나. 폭탄을 실어 테러를 할 수도 있었던 도발이었다. 직접적 충돌만 없었을 뿐이지 충돌이나 다를 게 뭐 있는가.

그러잖아도 무능한 우리 군은 문재인 정부 시절 평양에서 서명한 군사합의에 손발이 묶여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 9·19 군사합의를 우리만 지키면서 북한의 기습공격 위험에 노출된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몹시 컸다. 이런 군사합의를 유지할 이유가 조금도 없는 것이다.

우리의 군사장비와 감시능력이 월등한데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등 9·19 합의는 애초에 남북의 '비대칭'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지적이 많았다. 북측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해 정찰비행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합의를 지키느라 병력을 빼서 후방에서 훈련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물론 북한이 합의 정지를 빌미로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 합의문을 그대로 놓아두어도 도발은 계속될 것이다. 차라리 우리의 대응태세를 강화할 수 있도록 없애는 편이 낫다. 국방부는 군사분계선(MDL) 일대 북한의 도발 징후에 대한 감시와 정찰 활동을 복원한다고 발표했다. 즉각 합의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 한 치의 빈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경계와 감시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식의 유화정책은 더 이상 북한에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겉으로는 평화주의를 따르는 척하면서 뒤로는 핵무장을 해온 표리부동의 북한이다.
평화 분위기에 우리만 젖어 있는 사이 북한은 도리어 무장을 강화하면서 위협의 강도를 높여 왔다.

그런 북한의 속성을 지난 5년여 동안 지켜본 국민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북한과는 어떤 약속이라도 끝까지 지키기는 어렵고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본심은 무엇인지 먼저 살펴야 한다는 교훈도 함께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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