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신용카드

선두 카드사, '외형확장 vs 내실경영' 상반된 전략

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24 16:31

수정 2023.11.24 18:48

10월 개인 신용판매 취급액 부문 현대카드 11조9억원 기록, 신한카드 이어 2위
자동차, 세금 등 타사 판촉축소의 일시적 반사효과 분석도
현대카드 제공
현대카드 제공

[파이낸셜뉴스] 현대카드가 지난달 개인 신용판매 취급액에서도 2위를 차지하며 삼성카드와의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2021년 국민카드를 앞선 후 최근까지 3위 경쟁을 해온 현대카드의 상대가 삼성카드로 바뀐 데에는 데이터 사이언스를 기반으로 한 개인화 마케팅과 리스크 관리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2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카드의 개인 신용판매 취급액은 11조9억원을 기록해 11조9941억원을 기록한 신한카드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현대카드의 개인 신용판매 취급액이 월 11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10조9000억원의 개인 신용판매 취급액을 기록한 삼성카드를 제쳤다. 같은 기간 현대카드의 전체(개인+법인) 신용판매금액 역시 13조6000억원을 기록하며 삼성카드(12조5000억원)보다 앞섰다.

앞서 현대카드는 지난 4월부터 전체 신용판매 취급액이 12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2위에 오른 이후 6월, 9월에 이어 지난달까지 신한카드에 이어 2위 자리를 지킨 바 있다.


선두 카드사, '외형확장 vs 내실경영' 상반된 전략

현대카드의 성장세는 순이익과 자산건전성에서도 두드러진다. 3·4분기 공시에 따르면 각 카드사별 순이익이 전년 대비 적게는 6%에서 23%까지 하락한 가운데 현대카드만 9% 성장한 2257억원을 기록했다. 연체율은 업계 최저 수준인 0.63%(30일 이상, 금감원 공시 기준)를 기록했다.

현대카드는 지난 2015년부터 지금까지 약 1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데이터 사이언스와 AI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온 것이 성장 요인이라고 전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영업이익의 30%에 달하는 예산을 모두 AI에 쏟아 붓기로 결심하고 실력과 비즈니스 감각을 겸비한 엔지니어들을 채용했다”며 “시장 환경이 악화되고 테크 기업들마저 금융을 논하는 시점에 현대카드의 미래를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현대카드의 데이터 사이언스가 반영된 대표적인 분야는 개인화 마케팅이다. 현대카드는 AI와 결제 데이터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1100만 고객의 선호도를 측정하고 이를 통해 고객 맞춤형 혜택과 콘텐츠를 추천한다. 이렇게 진행된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 마케팅은 기존 마케터가 추천할 때보다 6배 높은 효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고객 충성도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현대카드 고객들은 월평균 119만원을 사용, 국내 카드사 중 가장 높은 이용액을 기록하고 있다.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도 현대카드의 데이터 사이언스가 매우 깊이 침투한 분야이다. 현대카드 PLCC는 특히 데이터 동맹 ‘도메인 갤럭시’를 통해 파트너사들간 높은 마케팅 효율과 고객 로열티 증대 효과를 내고 있다. 네이버, 대한항공, 스타벅스, 이마트, 코스트코 등의 기업들이 현대카드의 파트너로 함께하고 있다.

리스크 관리 및 콜렉션(채권 회수) 업무에도 데이터 사이언스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데이터 사이언스를 통해 연체가 예상되는 고객을 찾아내고 이들에 대한 관리에 집중하는 것은 물론, 금융상품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분석 결과를 활용해 이를 필요로 할 고객을 예측하고 있다.

각종 노력에 힘입어 현대카드는 지난 2021년 11월 회원수 1000만명을 돌파해 현재 1165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경쟁사들의 연평균 회원수 성장률이 2~3%인 상황에서 현대카드는 8%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반면, 이 같은 현대카드의 약진에 대해 자동차, 세금 등 시장에서의 타카드사 판촉축소의 일시적인 반사효과라는 분석도 있다. 대부분의 카드사는 고금리 상황 지속 등 대외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하여 무리한 외형경쟁을 지양하고 저수익 자산을 줄이는 등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선두 카드사, '외형확장 vs 내실경영' 상반된 전략

선두 카드사, '외형확장 vs 내실경영' 상반된 전략


삼성카드는 지난달 현대카드가 개인 신용판매 취급액 측면에서 앞선 것에 대해 "외형확대와 내실경영 중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었는지에 따라 차이가 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카드는 타 카드사가 자동차 시장 판촉을 일시적으로 축소하고 세금·4대보험 업종에서 무이자할부를 중단한 것에 대한 반사효과를 현대카드의 선전요인으로 꼽았다. 실제로 지난 10월 카드사 자동차 캐시백 현황을 살펴보면, 현대·기아차를 캡티브 시장으로 보유한 현대카드(0.8%)와 업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캐시백율(1.1%)을 제공하는 하나카드를 제외한 신한·삼성·롯데카드는 캐시백율을 전월 대비 각각 0.2%p, 0.3%p, 0.5%p 축소했다.
또 대표적인 무수익·저수익 업종으로 꼽히는 세금·4대보험 업종에서의 3개월 무이자할부를 유지하는 상위 카드사는 현대카드가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누적 개인신용판매 취급액은 여전히 삼성카드가 2위를 유지중이며, 법인카드를 포함한 전체신판 점유율(구매카드 제외)에서도 삼성카드가 2위를 유지 중이라는 게 삼성카드측의 설명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지난달의 경우 부가가치세 납부달로 타 카드사의 세금·4대보험 무이자할부 축소의 반사 효과로 현대카드의 취급고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달 법인카드 포함 신판 전체 점유율 측면에서 보면 삼성카드(16.03%)가 신한카드(17.46%)에 이어 2위를 유지 중"이라고 전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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