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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인요한호 혁신위..지도부는 딜레마 속 방치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24 16:28

수정 2023.11.24 16:29

불출마·험지출마 권고안 두고 내홍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3차 혁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11.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사진=뉴스1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3차 혁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11.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좌초 위기에 빠졌다. 혁신위 위원들 사이에서 내홍이 생기면서다. 중진·지도부·친윤석열계를 향한 불출마·험지출마 권고안이 논란의 중심이다.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김경진 혁신위원은 '속도 조절론'을 주장한 반면 비정치인 출신 위원들은 권고안을 지도부에 압박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갈등이 깊어졌다.
인 위원장은 우선 불만을 가진 비정치인 위원들과 회동을 갖고 이들의 사퇴를 일단락했으나 혁신위 안팎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24일 혁신위원 3명이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는 언론 보도를 부정했다.

혁신위원회는 "사퇴의사를 표명했다고 일부 언론에 보도된 3명의 혁신위원과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오늘 오찬을 하면서 확인한 바, 3명의 혁신위원이 사의표명을 한 바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혁신위 방향 두고 강한 대립
갈등은 지난 23일 혁신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격화됐다. 지도부가 불출마·험지출마는 물론 혁신위가 제안한 공식 안건에 무응답으로 일관한 것이 단초가 됐다. 외부 영입 인사인 박소연, 이젬마, 임장미 위원은 혁신위의 보다 강한 역할을 주장한 반면 정치인 출신 위원들은 반대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주부터 조기 출마설을 흘린 당사자들이기도 하다. 반면 불출마·험지출마 대상자들이 시간을 요구하고 있으니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일부 위원들의 입장이다.

이런 과정에서 "혁신위는 김기현 지도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시간 끌기용"이라는 김경진 혁신위원(대변인)의 발언까지 나오자 박·이·임 위원은 혁신위 방향에 회의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인 위원장은 불출마·험지출마 요구는 일주일 뒤 정식 안건으로 올리겠다는 중재안을 제시하면서 갈등을 봉합하려 했다.

그러나 일부 위원들이 중도 사퇴 카드를 꺼내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에 인 위원장은 이들과 이날 오전 긴급 회동을 갖고 우선 사퇴를 말린 것으로 보인다. 위원들은 김경진 대변인의 공식 사과와 대변인직 사퇴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인 위원장은 이에 대한 답은 내놓지 않았다.

김기현 "지켜보겠다"..가장 심란한 건 지도부
지도부는 침묵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 상황에 대해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다"며 "혁신위가 그동안 나름대로 의미 있는 활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혁신위 활동 결과를 잘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청년, 내 집 마련 지원을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23.11.24/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사진=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청년, 내 집 마련 지원을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23.11.24/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사진=뉴스1

당 지도부가 혁신안에 호응하지 않는 와중에 혁신위 내부에서도 갈등을 관리하지 못하면서 동력을 완전히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혁신위 회의론자들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이준석 전 대표는 혁신위 출범을 하루 앞둔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에 "혁신위라는 것이 결국 어떻게 구성될지는 몰라도, 실권은 없으니 그냥 중진들 입막음용으로 쓰일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국민이 바뀌어야 된다고 지목하는 대상은 한 사람"이라고 평가절하한 바 있다.

혁신위가 갈등 끝에 조기 종료라는 결론에 이르면 김기현 지도부도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당 지도부는 서울 강서구청장 패배 이후 지도부를 향한 회의감을 비대위 전환 대신 혁신위로 잠재웠다. 그런데 혁신위가 좌초된다면 현 지도부를 지속할 기반도 약해지는 셈이다.


지도부가 혁신안을 계속 거부한다면 자체 기반인 혁신위가 사라질 수 있고, 혁신안을 받아들이기엔 당사자로서 사실상 총선 출마를 포기해야 하는 딜레마에 휩싸인 것이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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